지출 삭감으로 장기불황 우려”
“미국과 유로존 경제가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가고 있다.”
14일 CNBC에 따르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미국 경제는 단기적으로 다소 낙관적이며, 성장도 꽤 괜찮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정부 예산자동삭감(시퀘스터)을 비롯해 주요 지출 감축의 결과에 주목하면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미국경제가 1990년대 일본식 장기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재정 긴축 정책을 통해 적자를 지나치게 빨리 줄인 것이 성장 둔화의 주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은 긴축재정으로 2013년 성장률을 1.5~2%포인트 덜어냈다고 생각한다”며 “주택경기 회복, 소비자 부채 하락과 함께 멍청한 ‘자기파괴적’ 정부 정책이 사라지면, 미국은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지나친 재정 긴축에 대해서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마리오 드라기 ECB(유럽중앙은행) 총재가 적절하게 지원해 시장 우려를 잠재우고 유로존을 치유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지나친 긴축은 부채 문제를 잠재울 수 있었을 지 몰라도, 경기 턴어라운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남유럽 재정위기국인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정부가 재정지출을 급격히 줄여 추락하는 경제에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이들 나라의 경제가 위축되면서, 국내총생산(GDP)대비 부채 비율은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가 불안한 국가에서 모두 GDP대비 부채비율 상승을 목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유로존은 긴 침체기를 지난 뒤 최근 2분기 연속 낙관적인 성장 수치를 보여줬지만, 디플레이션 위험은 오히려 심화됐다”며 “인플레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경제 회복에 중요한 요소인 기업 투자는 제한될 것”이라며 물가 하락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있음을 우려했다. 그는 “디플레이션 우려는 미국과 유럽 두 지역에서 분명히 보인다. 세계 경제의 두 축이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지숙기자/jsh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