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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데이터> 경제사절단의 ‘경제민주화’
朴대통령 15~22일 인도 · 스위스 순방…공모형태로 꾸려진 사절단
작년 역대최대 사절단 이어
올해도 기업인 등 70명 대동
중소·중견기업 대거 포함
사절단 참여위해 ‘로비전’도


내로라하는 기업가들의 큰 꿈중 하나는 대통령 사절단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사절단이 뭐길래 그럴까. 이유는 여러가지다. 음양의 혜택이 그야말로 안팎으로 뒤따른다. 최고권력자와 함께하는 해외순방은 기업인에겐 양수겸장이다. 국제적으론‘ 국가대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 국내적으로도 각종 기업비리 수사가 연중행사처럼 벌어지는 한국적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 시험대를 통과한 회사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알리게 된다. 때문에 경제계는 사절단에 어느 기업, 누가 포함됐는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특히 중소ㆍ중견기업은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물밑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절단 면면엔 역대 정부(김영삼~박근혜) 경제정책의 방향성과 기업의 흥망
이 녹아있다. 대통령과 경제인의 세일즈 외교를 위한‘ 허니문’이 지난 20년간 뜨겁고도 뜨거웠던 이유다. 

14일 헤럴드경제가 김영삼정부에서 박근혜정부까지 전ㆍ현직 대통령의 해외 첫 순방시 동행한 경제사절단 규모를 조사한 결과, 20년 만에 400%가량 불어난 걸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베트남 순방 때 대동한 사절단은 79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에 갔던 1994년 3월엔 16명이었다. 노무현정부 땐 31명, 이명박정부 땐 26명의 사절단이 대통령 첫 해외순방에 따라갔다. 역대 정부가 30명 안팎의 사절단을 구성했던 것과 달리 박근혜정부 들어선 첫 순방 때 사절단이 52명으로 급증하더니 상시 70명 체제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사절단 구성원 변화는 드라마틱하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기업의 쇠락, 국가 경제운용의 핵심이 담겨 있다. 김영삼정부 첫 사절단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 등이 포함됐지만 그룹이 공중분해되고 이후 정부에선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인 김대중정부 초기엔 사절단이 아닌 투자유치단이라는 이름으로 120명의 기업인이 미국을 찾았다. 이전 정부에서 단골손님이던 재벌총수, 경제단체장은 빠졌다.


사절단 배제는 기업엔 ‘심리적 사형선고’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해 박 대통령 베트남 순방에 동행키로 돼 있다가 막판에 빠졌다. 이는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영향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돌았고, 해당 기업의 향후 운명을 우려하는 시각이 삽시간에 퍼졌다.

사절단에도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었다. 박근혜정부 들어 중소ㆍ중견기업 포함 비율이 대폭 늘었다. 이전 정부에선 전국경제인연합회ㆍ대한상의 등이 주관해 사절단을 꾸리면서 굵직한 기업 대표만 포함됐던 ‘그들만의 리그’에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4대 그룹 총수 등 대기업 대표를 사절단에 포함시킬 땐 주요 경제단체가 주축이 돼 큰 고민이 없었겠지만, 중소기업 등으로 문호가 개방된 뒤엔 사절단에 들어가기 위한 막전막후가 꽤 열띤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사절단 구성방식을 정부주관의 공모형태로 바꿨다. 청와대 측은 “대기업 위주의 선정이 아닌 중소기업도 사절단 참여를 쉽게 해 대통령 순방국 기업인들과 네트워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최근엔 사절단 참여를 희망하며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로비를 하는 인사가 부쩍 늘어난 걸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의 작년 중국 순방 사절단이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20명 이상 늘어난 이유도 이 때문인 걸로 알려졌다.

사절단 문호개방이 또 다른 ‘이너서클’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ㆍ중견기업 참여폭을 넓혔지만, 이들 중에서도 ‘대통령에 붙어다닌다’할 정도로 중복된 인사가 눈에 띈다. 송호근 와이지-원 대표, 조붕구 코막중공업 대표, 허용도 태웅 대표, 최병오 형지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등 중소ㆍ중견기업 대표 9명은 작년 유럽순방 사절단에 이어 이번 인도ㆍ스위스 사절단에도 연거푸 포함됐다.

홍성원ㆍ정태일ㆍ이정아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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