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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자동차 기업, 본사 건물을 보면 브랜드가 보인다
[헤럴드경제=서상범ㆍ신동윤 기자]현대 기업 아이덴티티(Corporate Identity)의 선구자로 꼽히는 독일의 건축가 페터 베렌스(Peter Behrens)는 “기업에 있어 디자인은 미술과 산업의 불가분의 경합일 뿐 아니라 제품과 기업을 상징하는 일차원적인 의미”라고 정의했다. 자동차 기업들에게 디자인은 더욱 중요하다.

이미 자동차의 성능 못지않게 디자인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게 디자인은 제품 뿐 아니라 자사의 본사 건물에도 해당 기업이 추구하는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그대로 투영하는 도구다.

역동성을 강조하는 BMW, 실용성을 내세우는 폴크스바겐, 성능과 함께 품격을 강조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와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표현한 본사 건물을 가지고 있다.

▶혁신적 디자인과 역동성의 아이콘, BMW의 ‘4실린더’= 혁신적인 디자인과 역동성을 추구하는 BMW의 브랜드 가치는 독일 뮌헨의 본사 건물의 모습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지난 1973년 5월 18일 공식 개장한 BMW 그룹 본사는 BMW벨트(BMW제춤 출고센터)와 그 위로 높이 솟은 4기통 엔진(실린더)을 형상화한 모습으로 ‘4실린더’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건물의 높이는 총 22층(99.5m). 건축부지(Building plot) 면적은 1만4730㎡, 연면적 약 5만3000㎡ 의 거대한 건물인 ‘4실린더’는 18개 층을 사무실로 나누고 경영진을 위한 2개 층, 기술 연구를 위한 4개 층, 1층과 지하실 등을 배정해 운영되고 있다.

건물은 BMW가 추구하는 소통을 상징하기도 한다. ‘4실린더’의 건축을 디자인한 오스트리아 건축가 칼 슈반처(Karl Schwanzer)의 원칙에 따라 원활한 내부 업무와 의사소통의 극대화를 위한 건물 구조가 눈에 띈다. 

독일 뮌헨에 위치한 BMW의 본사건물인 4실린더

여기에 2007년 개장한 BMW 벨트는 건축가 쿱 힘멜블라우(Coop Himmelblau)가 설계했으며, 지금은 바이에른의 가장 인기 있는 관광 명소로 부상해 매년 수백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BMW 벨트는 BMW 제품의 전시 역할은 물론, 자동차의 역사와 최첨단 ‘자동차 기술을 소개함으로써 고객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BMW의 소통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실용성과 친근함의 상징, 폴크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Autostadt)=소형차부터 대형차까지 실용적이면서도 친근한 차량을 만드는 폴크스바겐은 본사 건물 역시 고객과 가깝게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우토슈타트는 글로벌 차 업체의 본사 중 고객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건물로 단순한 헤드쿼터의 모습을 벗어나서 직접 폴크스바겐의 각종 차량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일종의 테마파크 공간이다.

특히 외벽이 유리라 안에 있는 차량들이 훤히 다 보이는 공간 속에 400대의 신차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폴크스바겐 카 타워는 독일어로 ‘국민차’라는 폴크스바겐의 의미에 걸맞게 출고 과정까지도 고객이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기업과 차량 이미지의 연결이 극대화된다.

폴크스바겐의 본사 아우토슈타트

또 아우토슈타트 옆에 조성된 130만㎡ 규모의 알러공원(Allerpark)은 시민의 휴식공간이자 스포츠인들을 위한 체험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아우토슈타트의 CEO인 오토 페르디난트 박스(Otto Ferdinand Wachs)는 “아우토슈타트는 그룹의 마케팅과 판매 분야에서 가장 앞선 프로젝트 중 하나로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에는 제한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메르세데스 벤츠의 본사 건물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운터튜르크하임(Untertürkheim)지역에 위치한 메르세데스 벤츠 공장 내에 분산돼 자리잡고 있다. 이는 자사 차량의 성능, 품질, 안전성에 대한 자신감을 상징한다. 건물의 디자인은 시간을 초월하면서도 유행을 타지 않는 모던하고도 클래식한 외관을 갖고 있다. 유행에 따라 디자인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고유의 전통적인 디자인을 지켜나가는 벤츠만의 특성이 여기서도 잘 드러나는 것이다.

역사와 전통에 대한 벤츠의 자부심은 공장 옆에 위치한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에도 투영된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벤츠박물관

9층 높이, 1만6500㎡규모로 총 160대의 차량과 1500점 이상의 전시물을 보유한 박물관은 자동차의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125년이 넘는 자동차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박물관의 인테리어는 인간 유전자를 담고 있는 DNA의 이중나선구조에서 영감을 얻었다.

네덜란드 출신 건축가 반 베르켈(van Berkel) 와 보스(Bos) 는 과거와 미래를 인간의 기본 모습인 DNA를 통해 박물관 건물에 표현했다.

▶‘빅사이즈’ 제네럴모터스(GM), ‘뿌리 깊은 회사, 바람에 아니 묄세’ 도요타=GM 본사인 르네상스 센터의 규모는 다른 어떤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GM의 본사가 위치한 건물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시에 위치한 르네상스 센터. 73층 건물에 건물 전체 면적은 51만966㎡(15만4567평), 건물 안에서 일하는 총 인원수는 9000여명, 그 중 5000여명이 제네럴모터스 직원이다. 웅장한 규모는 세계 자동차 생산량 1위 기업으로서의 모습과 동시에 자동차 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낸다.

제네럴모터스의 본사가 위치한 르네상스 센터

도요타의 경우 전통이 키워드다.

일본만의 전통을 담고 있는 도요타 역사관과 도요타자동차를 개발하고 생산했던 작업 공간, 창업주의 생가 등을 복원한 쿠라카이케 기념관 등을 통해 일본차 역사의 전통과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도요타 본사

▶갈길 먼 현대차…세계 5대 자동차 생산브랜드가 무색= 위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현대차그룹의 본사건물은 한마디로 갈길이 멀다.

현재 위치해있는 서초구 양재동 현대ㆍ기아차 본사건물은 지난 2001년 현재의 서관을 농협으로부터 매입한 후 현대차와 기아차가 입주했다. 이후 회사가 성정하며 2006년 동관을 새롭게 지었고 현재의 쌍둥이 빌딩의 형태를 갖춰 동관은 현대차가, 서관은 기아차와 계열사 그룹등이 사용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의 양재동 본사사옥

그러나 건축학적이나 기업디자인적으로 별다른 의미가 있는 건물은 아니다. 

이에 현대차그룹이 2006년부터 성수동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를 건립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의 규제에 막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건축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재동 본사는 단순한 오피스 건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글로벌 5위 자동차 생산 브랜드라는 현대차 그룹의 아이덴티티나 브랜드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본사 건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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