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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財테크’ 에 빠진 재계
곳간에 현금 넘쳐도 투자엔 팔짱…
본지, 현금보유 상위 10대기업 지난해 3분기 재무제표 분석

불투명한 투자환경·사내 유보금 과세 논란속
삼성·현대차 단기 금융상품 60兆투자 육박

美 양적완화 축소따른 신흥국 자금이탈 땐
국내기업 투자상품들 큰 손실 우려도 증폭


곳간에 현금이 넘치는 대기업들이 재테크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재계 ‘빅 2’인 삼성과 현대차그룹 주력사의 채권ㆍ펀드 등 단기 금융 투자상품(이하 단기 상품) 투자액은 6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낮은 은행 이자보다는 투자형 상품을 선호하는 데 따른 현상이다. 투자 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이 크지만, 그만큼 금융 시장 위험에 대한 노출도 커진 셈이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에 따라 금리 및 환율이 요동칠 경우 그 타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헤럴드경제가 13일 현금 보유 상위 국내 10대 기업의 2013년 3분기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48조76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늘었지만, 단기 상품 투자액은 50조868억원에서 73조4183억원으로 46.6% 급증했다. 17조3980억원에서 33조9118억원으로 무려 94.9%나 폭증한 삼성전자 때문이다.

현금성 자산은 현재 가치로 즉시 현금화가 가능하다. 반면 단기 금융상품은 만기 12개월 이내인 투자성 상품으로, 그 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된다. 금융 시장 변화에 따라 그 가치가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다.

5대 그룹 주력 계열사별 현황을 보면 삼성전자가 현금성 자산 17조5148억원, 단기 상품 투자 33조9118억원이었다. 현대차 3인방(현대차ㆍ기아차ㆍ현대모비스)은 각각 11조4562억원, 22조5684억원이었고, LG(LG전자ㆍ화학ㆍ디스플레이)도 2조4452억원, 7조9088억원으로 현금성 자산보다 단기 상품 투자액이 훨씬 많았다. SK와 롯데(롯데쇼핑ㆍ롯데케미칼)는 단기 상품보다는 현금성 자산 보유액이 월등했다.


문제는 단기 상품 투자가 자칫 투자로 오인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단기 상품 투자는 재무제표에서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에 포함된다. 즉 현금성 자산은 제자리인데, 단기 상품 투자만 늘어나면 장부상에는 마치 투자가 증가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를 보자. 2013년 3분기까지 투자활동 현금 흐름 34조390억원 가운데 단기 상품 투자가 16조5023억원에 달한다. 실제 투자인 유형 자산 취득액 15조772억원보다 많다. 전년 동기 19조5806억원의 투자 가운데 유형 자산 취득이 18조8121억원이고, 단기 상품 투자는 9634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런데도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연초 18조7915억원보다 줄어 17조5418억원이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2013년 3분기까지 투자활동 현금 흐름 4조6335억원 가운데 단기 상품 투자는 3744억원이다. 얼핏 삼성과는 달라 보이지만, 장기 금융 투자상품 증가액이 무려 1조7858억원에 달한다. 기아차는 2013년 3분기까지 투자활동 현금 흐름 2조6550억원 가운데 단기 상품 투자가 1조4116억원이나 된다. 현대모비스도 투자 현금 흐름 2조2420억원 가운데 8864억원이 단기 상품 투자다. 현대모비스는 심지어 2013년 3분기 말 현금성 자산이 연초 대비 6245억원이나 줄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 환경이 불투명한 탓이 가장 크지만, 정치권에서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 논의를 하자 현금 보유를 줄이고 단기 상품 투자로 눈을 돌리는 것도 이유”라며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로 신흥국에서 급격한 자금 이탈이 발생한다면 금리 상승으로 투자상품들이 큰 손실을 볼 위험 역시 그만큼 커졌다”고 지적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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