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미국)=신동윤 기자] 13일(현지 시각)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서 ‘‘2014 북미국제오토쇼(NAIASㆍ디트로이트 모터쇼)’가 개막한다. 매년 1월에 열리는 디트로이트모터쇼는 올 한해 세계 자동차 업계의 동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행사로 30여개의 브랜드가 60여개의 신차를 출품한 예정이다.
특히 이번 모터쇼는 디트로이트 자동차딜러협회가 2억6700만달러(2840억원)를 들여 매년 모터쇼가 열리는 코보센터를 완전히 리모델링하는 등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활하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 맞춰 한층 화려해졌다. 미국의 경기 회복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고성능, 럭셔리 자동차들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다시 살아나는 美 빅 3…‘더 빠르고 럭셔리하게’= 이번에 열리는 2014 디트로이트모터쇼는 본격적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자동차 산업은 빅(Big) 3 브랜드 중 2개인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가 법정관리를 받았고 포드는 강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힘든 시간을 겪어왔다. 하지만 지난 2009년 1043만대 수준으로 줄어들었던 미국 내 신차 판매량이 2013년 1558만대로 50% 가까이 늘어나는 등 최근 미국 시장의 신차 수요가 세계 최고 수준인 중국 못지않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GMㆍ포드ㆍ크라이슬러는 지난해 금융 위기 이후 최고의 실적을 거뒀고 미국 자동차 시장이 지난해 7.5% 가량 성장하며 완전한 회복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이를 반영하듯 이번 모터쇼에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앞다퉈 이번 고성능ㆍ럭셔리카 등을 출품한다.
우선 미국 GM은 이번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쉐보레의 상징으로도 불리는 스포츠카 ‘콜벳 스팅레이 C7’의 고성능 버전 ‘쉐보레 콜벳 Z06’을 공개한다. 또 프리미엄 세단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캐딜락과 픽업트럭과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등을 생산하는 GMC에서도 많은 차량을 출품할 예정이다. 포드 역시 브랜드를 대표하는 스포츠카 ‘머스탱’의 신형 버전을 공개할 계획이며 지난해 50만대 이상 팔린 대형 픽업트럭 ‘F-150’의 신형 버전도 공개한다.
현대ㆍ기아차는 신형 제네시스를 미국에서 북미 최초로 공개하고 기아차 역시 K900(국내명 K9)을 무대 중앙에 올리는 등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프리미엄 세단을 동시 출격시켜 고급ㆍ프리미엄 세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이밖에 기아차는 2.0ℓ 4기통 터보 엔진(최고출력 320마력)을 장착한 스포츠형 콘셉트카 ‘GT4 스팅어(Stinger)’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유럽 브랜드 역시 고성능 차량으로 맞대응한다. BMW는 고성능 모델인 뉴 M3 세단과 뉴 M4 쿠페, 뉴 2시리즈 쿠페의 월드 프리미어 무대가 열린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번 모터쇼에서 신형 S클래스 600과 신형 C클래스, 그리고 고성능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AMG의 최초 콤팩트 SUV 모델인 신형 GLA 45 AMG를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인다. 아우디 역시 이번 모터쇼에 신형 스포츠카를 쇼카로 새롭게 공개된다. 일본차 닛산도 지난해 11월 열린 2013 도쿄 모터쇼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던 콘셉트 카 IDx 프리플로우와 IDx 니즈모 등 새로운 스포츠 세단 콘셉트 카를 세계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
▶관심 받는 美 CEO들…미래차 기술 공개 이어질 듯= 이번 모터쇼에서는 신차와 각 브랜드의 전략 발표와 더불어 미국 빅 3 업체의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이슈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뜨겁다.
우선 105년 회사 역사상 최초이자 글로벌 자동차 업계 최초로 여성 CEO가 된 메리 바라 내정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 세계 2위 자동차 업체를 이끌어갈 선장으로서의 데뷔 무대를 갖는다. 지난해 말 댄 애커슨 현재 GM 회장에게서 차기 CEO로 낙점받은 그녀는 이번 행사를 통해 각종 신차 발표는 물론 GM의 미래 글로벌 전략에 대해 직접 밝힌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크라이슬러그룹 회장 역시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 중 하나다. 바로 지난 1일 피아트는 미국자동차노동조합(UAW) 퇴직건강보험신탁이 보유한 크라이슬러 주식 41.5%를 36억5000만달러에 모두 인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피아트 크라이슬러 그룹은 세계 7위의 자동차 그룹으로 급부상하게 됐다.
또한, 지난 2013년 10.8%로 두자리 판매 증가율을 기록해 능력을 인정받으며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사장 영입설이 돌았던 앨런 멀랠리 포드 CEO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 역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단, 불과 1주일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4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의 핵심 키워드로 자동차가 꼽히는 등 최초 공개한 각종 무인차 기술과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으로 인해 이번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쏠렸던 자동차 애호가들의 관심이 분산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번 CES 2014에서는 디트로이트모터쇼에는 참가하지 않는 루퍼트 스태들러 아우디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는 등 여느 때보다 자동차 회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또한, 기아차와 도요타, BMW, 아우디 등 9개 자동차 회사의 전시 공간은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1만3000㎡에 이르고 보쉬와 델파이 등 125여 개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CES를 통해 수많은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도 사실상 ‘자동차=가전제품’ 공식이 성립될 정도로 자동차와 IT간 융합 기술들이 대거 소개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