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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 악마는 SWAG를 입는다
멋지게 건들거리며 명품 비꼬기 · 로고 버리기…올 패션계는 SWAG 열풍
호미스로 변한 에르메스
채널이 된 샤넬…
대놓고 명품 비꼬는
페이크상품 인기

3초백·5초백의 굴욕?
거리에서 사라진 명품들
로고에 싫증난 패션피플들
로고 없는 브랜드 주목

트렌드 따라 바뀌고
한철 입고 버리는
SPA브랜드 제품
올해도 국내 시장 점령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저서로 잘 알려진 서울대 김난도 교수(소비자학과)는 지난 12월 전경련 국제경영원(IMI)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2013 뉴웨이브포럼’에서 2014년 사회 트렌드 중 첫 번째 키워드로 ‘스웨그(Swag)ㆍDear, got swag’를 꼽았다.

젊은층에선 ‘스웨그하다’란 표현이 어색지 않다. 원래는 힙합 뮤지션이 으스대는 기분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단어로 ‘뻐기다’ ‘건들거리다’ ‘잘난 척하지만 멋지다’는 의미다. 남의 눈을 의식하기보다는 자기만족성이 강하고, 본능적 자유로움과, 기성의 것과 선을 긋는 행위를 뜻한다.

김 교수는 글로벌 경제뉴스와 연예인의 누드사진이 나란히 중요한 기사로 취급되고, 수위가 높은 이야기도 ‘돌직구’라며 쉽게 받아들이는 등 가볍고 발랄한 문화가 2014년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봤다. 스웨그의 자기만족, 자유로움, 개성표현이 가장 잘 드러나는 패션에선 상품도 ‘스웨그한 상품’이 많아지고 있다. 좋은 명품을 사서 꾸준히 입기보다 가벼운 제품을 사서 한 시즌을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 진품의 이미지를 프린트해 디자인으로 응용한 ‘페이크 제품’, 심지어는 아예 로고가 없는 제품도 등장했다.

▶명품을 비꼰 ‘페이크 상품’=스웨그의 사전적 의미는 훔친 물건, 장물을 뜻한다. 패션에서 스웨그의 가장 극명한 예는 명품을 대놓고 베낀 페이크 상품이다. 에르메스가 호미스, 셀린이 펠린, 샤넬이 채널, 꼼데가르송이 꼼데퍽다운, 발망이 발린, 프라다가 프라우드로 패러디된 상품이 그 예다. 명품을 대놓고 베끼는, 의도된 모방이기에 진짜인 척하는 ‘짝퉁’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왼쪽부터 브라이언 리히텐버그,스테레오 바이널즈 콜렉션, 에스에스유아르.                           [각 홈페이지 캡처]

브라이언 리히텐버그, 스테레오 바이널즈 콜렉션, 에스에스유아르, 파이브프리뷰 등의 명품 패러디 브랜드를 지드래곤, 2NE1 등 연예인이 착용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페이크 상품의 열기를 무리해서라도 명품을 탐하는 세태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수단이자, 불황 장기화로 가성비 제품을 찾게 되는 소비현상으로 본다. 명품 로고의 패러디는 의류를 넘어 모자, 가방, 액세서리 등 다양한 상품군으로 번지고 있다.

▶로고 없는 ‘로고리스’=의도적으로 브랜드를 패러디하는가 하면 반대로 로고를 없애 어떤 브랜드 제품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현상도 스웨그의 일종이다. 이른바 ‘로고리스’의 반란이다. 자신의 브랜드 로고를 크게 내세운 명품 가방은 ‘3초백’ ‘5초백’이라 불리며 체면을 구긴 지 오래다. 명품은 소수만이 향유한다는 희소성 때문에 그 가치가 높아지는데, 너도 나도 소비하는 일반적 제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왼쪽부터 쿠론‘다인’, 페르쉐, 지니킴 핸드백.                [사진제공=각사]

노골적으로 로고를 드러내는 것에 싫증을 느낀 소비자는 세련된 디자인에 합리적 가격대를 갖춘, 기본에 충실한 제품에 눈길을 돌렸다. 이젠 국내 브랜드도 세련된 디자인과 컬러감을 갖춘 로고리스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쿠론, 잔니끼아리니, 꼬르뽀, 페르쉐, 지니킴 등 로고리스 백을 출시해 꾸준한 사랑을 받은 브랜드는 올해는 로고를 드러내지 않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재까지 다양한 가방을 출시했다.

특히 2009년 석정혜 디자이너가 론칭한 ‘쿠론’은 ‘스테파니’라는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패션피플 사이에서 잇백으로 자리잡았다. 세련된 컬러와 심플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에 최고급 소재를 사용해 퀄리티와 디자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올 봄에는 밝은 옐로와 올리브그린 색도 출시된다. 최근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 ‘다인’은 사다리꼴 형태의 캐주얼한 디자인으로, 코끼리 엠보가공의 소가죽으로 고급스러우면서도 부드러워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유행따라 쉽게 ‘패스트 패션’=이미 몇 년 전부터 자리잡은 SPA 브랜드 열풍도 스웨그 현상 중 하나다. 하루가 달리 바뀌는 패션 트렌드를 따라잡으려면 비싼 제품을 사서 오래입는 것이 아니라 한 철 입고 버려도 부담없는 옷이 제격이다. 쉽게 입고 쉽게 버리는, 유행따라 바뀌는 패스트패션이 패션피플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삼성에버랜드 패션 부문 에잇세컨즈 매장.

한 철 입고 버려도 부담없는 SPA 브랜드 제품은 2014년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매출로 쉽게 확인된다. 베이직 제품을 다양한 컬러로 출시하는 ‘유니클로’, 다양하고 빠른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이 무기인 ‘자라’, 2004년 명품디자이너와 협업 이후 글로벌 강자로 떠오른 ‘H&M’등 3대 글로벌 SPA 브랜드가 국내 시장을 점령했다. 업계에서는 2013년 세 브랜드의 총매출을 1조원 규모로 보고 있다. 특히 H&M은 지난해 말 대구 동성로에 17번째 매장을 열어 전국적 유통망을 갖추는 등 지방 공략에도 나섰다.

이에 맞서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 부문의 ‘에잇세컨즈’, 이랜드리테일의 ‘미쏘’, 신성통상의 ‘탑텐’ 등 토종 SPA 브랜드도 외형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총매출도 5000억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전통적 국내 브랜드는 중단을 선언하거나 SPA 브랜드로 전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정은 ‘인디언’을 ‘웰메이드’라는 SPA 브랜드로 바꿔 새롭게 론칭하는 등 2014년 패스트패션 시장은 스웨그로 한층 더 달아오를 전망이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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