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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대치동이 사라졌다
도로명주소 올해부터 본격화 파장洞별 생활문화권이 ‘○○로’로 변화서울 대치·개포동, ‘삼성로’ 일원화‘이름 프리미엄’에 지역반응 극과극전문가들 “일부 집값 평준화 가능성”부동산업계 향후 새변수 작용 전망
도로명주소 올해부터 본격화 파장
洞별 생활문화권이 ‘○○로’로 변화

서울 대치·개포동, ‘삼성로’ 일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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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이 지난 2064년.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이 양재천을 거닐고 있다. 전지현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한다. “처음 부동산을 시작한 게 1753년인데 당시 돌밭이던 강남 땅을 사 뽕밭으로 가꿨죠. 그 자리에 빌딩이 들어서더군요. 대치동이라고 알아요? 50년 전에는 이곳을 대치동이라 불렸습니다. 열성 학부모들의 인기가 뜨거워 ‘강남 중의 강남’으로 꼽혔던 곳이죠. 옛날 말죽거리처럼 이젠 이름만 남아 있네요.”

최근 인기 방영 중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는 수백년을 늙지 않고 살아가는 ‘외계인’, 김수현이 등장한다. 도로명주소 시행 50년 후. 김수현의 강남 부동산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도로명주소 시행으로 기존 동 중심의 생활문화권이 길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대치동 시대 대신 삼성로 시대가 찾아올 전망이다. 출근길 도로를 가득 채운 차량 사이로 삼성로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눈에 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올 새해 첫날부터 도로명주소가 전격 시행됐다. 생소한 주소에서 오는 이질감에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도로명주소가 가져올 삶의 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 대치동, 압구정동, 양재동, 목동, 인사동 등 생활문화의 경계선이던 ‘동(洞)’이 문서 상에만 남는 존재로 사라진다. 길과 도로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대치동 시대가 가고 삼성로 시대가 온다는 뜻이다. 대치동이나 개포동이나 모두 ‘삼성로’가 됐다. ‘면(面)’ 형의 생활문화권이 ‘선(線)’ 형으로 변화한다. 그에 따라 부동산도, 상권도, 그리고 문화도 대변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50년 뒤 ‘응답하라 2014’의 첫 대사는 이렇게 시작할지 모르겠다. ‘삼성로에 사는 당신, 대치동을 아시나요?’

대치역과 개포역 사이 양재천은 대치동과 개포동을 구분 짓는 경계선이다. 천 하나를 두고 대치동과 개포동이 구분되는 곳. 지금까지 양재천은 두 생활권을 구분 짓는 주요 경계가 됐지만, 도로명주소가 시행된 이후 이 경계는 사라졌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506’이던 대치동 선경 아파트는 ‘강남구 삼성로 151’로, ‘서울 강남구 개포동 187’이던 개포동 주공아파트는 ‘강남구 삼성로 4길’로 변했다. 두 아파트가 삼성로로 통일된 셈이다.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대치동은 프리미엄이 사라질까, 개포동은 대치동의 명성을 이어받을까 걱정과 기대가 교차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양재천을 두고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아파트라도 대치동과 개포동이 현재 1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며 “ ‘이름 프리미엄’이 사라지면 대치동은 집값이 떨어질까, 개포동은 집값이 오를까 반응이 극명하게 갈린다”고 전했다. 

대치동만의 일이 아니다. 특히 부동산에 민감한 강남 주요 지역의 경계마다 비슷한 상황이 이어진다. 서초구 우면동 70, 서초구 양재동 154로 나뉘던 우면동, 양재동의 아파트는 도로명주소 시행 이후 바우뫼로53, 바우뫼로99로 바뀌었다. 대치동, 개포동, 양재동, 우면동은 이제 건축물대장 등 문서에만 쓰이는 옛 지명이 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도로명주소가 부동산업계에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동이름이 그 지역의 이름값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는데, 도로명주소를 쓰다 보면 지역의 이름값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전문위원도 “구 단위 내에서 동별 프리미엄이 없어지고, 부동산 가격도 일정 부분 평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주택보다 상권이 도로명주소에 더 민감할 수 있다”며 “상권 이름 등에 도로명이 널리 쓰이고, 생활권 역시 도로명 중심으로 한층 광역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취재팀=홍승완ㆍ도현정ㆍ김상수ㆍ윤현종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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