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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문창진 차의과대학 교수>보건복지부 키워야 복지도 큰다
박근혜 정부가 2년 차를 맞았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냈지만, 금년에도 여러 가지 정책현안들이 기다리고 있다. 보건복지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복지논쟁의 핵심이 되었던 기초노령연금법안은 야당의 반대에 부닥쳤고, 아직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의료계는 원격의료 시행에 대해 격렬한 반대 입장을 내세우며 파업까지 예고하고 있다. 복지부가 구상하고 있는 건강보험 비급여대책도 만만치 않다. 무상보육 시행에 따른 지방정부의 재정난도 예상되고 있다.

보건의료복지 문제는 국민생활과 직결되어 있어 사실상 전 국민의 관심사다. 건강보험을 예로 들면 기초생활수급자 등 일부 국민을 제외한 모든 국민이 가입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이익단체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해마다 건강보험료 결정과 의료수가 결정을 놓고 가입자단체와 의료공급자 간 격렬한 마찰음이 발생하고 있다. 조그만 의료제도 하나를 손보려고 해도 쉽게 넘어가는 경우가 없다. 한약분쟁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간단하게 생각하고 결정했다가 엄청난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보건복지업무는 매우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업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보건복지정책의 성공을 위해 최소한 두 가지 문제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경제적 부담 문제다. 어떤 복지제도든지 이를 추진할 때 국가재정능력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 뒷받침이 어렵다면 그 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라도 지금 당장 해야 하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저(低)복지 열차’에서 ‘고(高)복지열차’로 갈아타려면 차비를 더 내야 한다. 승객들이 차비를 더 안내고 ‘고복지 열차’를 타겠다면 설득해서 주저앉히든지, 차비를 더 내도록 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니면 결국 외상으로 차를 옮겨 타게 하고, 자식들에게 받아내는 수밖에 없다. 경제적 부담문제는 결코 간단치 않다.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도 다음 세대의 원망이 뒤따를 판인데, 국민적 합의 없이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둘째는 보건복지정책의 인프라 문제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면서 새로운 복지제도가 생겨났다. 대표적인 것이 무상보육과 기초연금이다. 이 제도를 시행할 행정적 준비는 되어 있는가, 관련부처와의 연계협력체계는 구축되어 있는가를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제도의 핵심추진기관인 보건복지부의 체력이다.

한국이 추구하는 복지국가의 모델인 스웨덴을 보자. 스웨덴은 정부부처의 업무 비중에 따라 장관수가 다르다. 국방부와 농업식품소비자부는 한 명의 장관이, 법무부, 재무부, 지속가능발전부는 두 명의 장관이, 외교부, 보건사회부, 교육연구문화부, 산업고용통신부는 세 명의 장관이 부처를 장악하고 있다. 한 마디로 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보건사회부는 대부처로서 힘이 실려 있으며, 관련부처들과의 업무협조도 원활하다.

그러나 한국의 보건복지부는 부처순위도 후 순위인데다 예산 덩치만 클 뿐, 힘없는 부처로 알려져 있다. 대선 복지경쟁의 결과 복지업무는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이 일을 담당해야 하는 보건복지부는 달라진 것이 없다. 져야 할 짐의 크기는 커졌지만 짐을 져야 할 보건복지부는 아직 허약하다. 현재 보건복지부의 차관은 한 명으로, 보건 쪽 현안이 터지면 복지를 돌보기 어렵고 복지 쪽 현안이 터지면 보건을 돌보기 어렵다. 복수차관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참여정부 때부터 있었지만 이해 안 되는 조직논리 때문에 묻히고 말았다.

보건복지부의 조직 예산의 규모와 업무성격을 감안한다면 두 명의 차관도 충분치 않다. 이솝우화에 짐을 잔뜩 지고 가다 죽어버린 당나귀 이야기가 나온다. 요즘 보건복지부를 지켜보고 있으면 그 당나귀 같은 생각이 들어 안쓰럽다.

문창진 차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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