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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이종덕>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매년 한 해의 끝자락에 들려오는 구세군의 종소리는 올해도 여전했다. 분주한 퇴근길에서 듣는 이 맑은 영혼의 울림은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모두가 힘들고 아프다고 아우성치는 이 혼돈의 현실, 미망의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신보다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눈을 돌리는 것이다. 손을 먼저 내밀어 타인의 고통을 어루만지고 아픔을 나누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인생의 험로에서 불행한 운명과 힘겹게 맞서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또한 사회의 불의를 바로잡기 위해 시련을 감내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질병과 가난으로 좌절하고 불평등과 소외로 실의에 빠진 이웃들에게 우리는 서로 희망의 증거가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맘때면 생각나는 두 분의 성자가 계신다. 한 분은 벨기에에서 태어나 한센병 환자들의 수용소가 있는 하와이의 몰로카 섬에 들어가 환자들을 돌보다가 자신도 병에 감염돼 선종하신 가톨릭의 성자 다미안 신부다. 그는 33살의 나이에 오지의 섬에서 700명이 넘는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는데, 자신의 병을 원망하며 아귀다툼을 벌이던 지옥 같은 섬은 다미안 신부의 노력으로 희망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다미안 신부는 한센병 환자들의 아픔을 자신의 몸으로 직접 느끼기 위해 “주님, 저에게도 나병을 허락하시어 저들의 고통에 동참하게 해주소서!”라고 간절히 기도하기도 했다. 그렇게 자신의 온몸을 던져 환자들을 보살핀 신부는 결국 병에 걸리게 되었고 마침내 1889년 4월 하느님의 부름을 받으셨다. TV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고(故) 이태석 신부가 평생 따르고 싶었다던 다미안 신부의 생애는 숭고함 그 자체다.

또 한 분은 국내 한센병돌봄기관인 성라자로마을을 오랫동안 운영하며 30여년을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헌신해온 고(故) 이경재 신부이시다. 그는 1952년 성라자로마을의 초대 원장으로 부임했다가 1970년 제7대 원장으로 재부임하면서 성라자로마을을 한센병 환자들의 안식처로 만들었다. 한센병 환자들이 떳떳하게 치료받으며 인간의 존엄성을 누릴 수 있도록 이끌었고, 라자로마을돕기회를 결성해 해마다 한센병 환자 돕기 자선음악회를 여는 등 한센병 환자들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다.

인간에게 가장 참혹한 병인 한센병 환자들을 제 몸처럼 아껴온 두 분의 삶 속에 절망을 이기는 희망, 탐욕적인 세상을 일깨우는 힘을 느끼게 된다. 필자도 성라자로마을에서 ‘그대 있음에’라는 자선음악회를 열어 수익금을 해외의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기부하는 등 틈 나는 대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지만, 두 성자의 헌신과 비교하면 너무나 작고 사소하다.

우리 사회가 진정 아름다워지는 길은 두 성인을 비롯해 인류를 위해 몸을 던진 이들의 삶을 본받아 더욱 낮아지는 것이다. 비록 두 신부처럼 인생의 전부를 걸어 희생할 수 없더라도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우리 주위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희망은 시작된다. 2014년 희망의 메아리가 전국에 울려퍼지길 소망한다.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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