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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증권에 경제 · 사회현상 담겨 있죠”
김진수 한국예탁결제원 증권박물관장
증권박물관 전세계 단 3곳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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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박물관은 전 세계 단 3곳뿐입니다. 증권 제도가 먼저 시작된 미국과 영국에도 없습니다.”

김진수(55·사진) 한국예탁결제원 증권박물관장은 증권박물관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스위스에 이어 한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증권박물관을 개관했고, 뒤를 이어 대만이 한국을 본떠 개관했다는 설명이다.

증권박물관은 전자증권이 보급됨에 따라 점차 실물증권의 유통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서 증권 유물을 보존하자는 취지로 한국예탁결제원(구 증권예탁원)이 2004년 개관했다.

김 관장은 “증권박물관은 한국은행의 화폐박물관과 더불어 국내 금융박물관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며 “증권 유물만 6000여점이 전시돼 있고 이 중 1000여점은 해외증권들로 세계 증권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증권 발행 과정을 따라가보면 당시 경제ㆍ사회 현상을 읽을 수 있다”고 운을 뗀 김 관장은 전시물 하나 하나를 소개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의 설명에서 생생하면서도 재미있는 한국 금융의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1843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종의 차용증서인 ‘문기(文記)’에 대한 설명부터 흥미를 끌었다.

김 관장은 문기를 두고 “서명의 시초는 바로 한국”이라고 말했다. 문서에는 대차인, 증인의 수결(手決)을 받도록 했다. 수결은 문서의 내용에 이견이 없다는 뜻으로 ‘일심(一心)’을 변형한 형태로 기입했다. 이것이 바로 서명의 시초라는 주장이다.

여성과 하인의 수결은 인정되지 않아 손바닥이나 손가락 둘레를 붓으로 따라 그리는 수장(手掌), 수촌(手寸)으로 수결을 대신했다. 문서 하나에도 신분 계급과 남녀 차별이 존재하던 시대상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유통되는 통일규격주권의 출현 배경에도 한국 금융사의 한 페이지가 숨어 있었다. 1976년 한독맥주사건은 증권업계를 발칵 뒤엎은 희대의 사기극으로 아직도 인구에 회자한다. 당시 한독맥주는 약 400만주의 위조주권을 발행하고 이를 담보로 시중 4개 은행으로부터 20여억원을 대출한 사실이 들통났다. 은행장들이 물갈이되는 등 후폭풍이 대단했다. 통일규격주권은 그때 이후 발행돼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김 관장은 “실무 차원에서 통일규격주권이 필요하지만, 해외주권의 경우 당대 최고 수준의 화가들이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증권은 문화예술적 가치를 사장시키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증권박물관은 한국 경제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증권 관련 지식을 후대에 전달하고 당대 문화를 간접적으로 향유할 수 있어 이보다 좋은 ‘교육의 장’이 없다”며 많은 사람이 찾아줄 것을 당부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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