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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신경영 20년, 대한민국을 넘다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삼성그룹 매출이 대한민국 정부수입을 넘어선 데는 1993년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출발점이다. “아내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라는 이 회장의 선언은 양(量)에서 질(質)로, 장치에서 인재로의 대전환을 이루며, 대한민국 내에서도 2등 기업이던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바꿔놨다.

1993년 삼성그룹 매출은 29조원으로 당시 51조원이던 정부 수입의 60%에도 못미쳤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삼성자동차 투자실패와 반도체 불황 등의 삼중고를 극복해 내면서 2000년에는 130조원을 기록하며 당시 정부 수입 135조원을 바짝 추격한다. 2003년 다시 반도체 불황 등으로 주력기업인 삼성전자 이익이 뒷걸음질치지만, 이후 애니콜 신화로 재기에 성공, 2006년 150조원을 넘어서고 2009년에는 200조원 고지에 올라선다. 2010년부터는 삼성전자가 후발주자임에도 빠르게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해가며 고성장을 이뤘고, 그 덕분에 2012년에는 그룹 매출 300조원을 넘어선다.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스마트폰’으로의 잇딴 혁신과, 구주력 사업과 신주력 사업간의 조화가 대한민국을 넘어서는 ‘삼성 신화’를 이뤄낸 셈이다.

매출 뿐 아니라 자산도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 9월말 기준 삼성그룹 총자산은 617조원이다. 2012년말 정부자산 1611조원과 비교하면 38% 수준이다. 삼성그룹의 매출과 이익성장률이 국내총생산(GDP)와 물가상승률을 앞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자산과의 격차도 더 줄어들 수 있다.

대한민국 내 삼성그룹의 위상이 더욱 커지면서 이에따른 영향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공존한다. 삼성을 선봉으로 대한민국이 더 잘될 것이란 기대와, 삼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데 따르는 국가경제의 위험집중 우려다.

홍기석 드림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결국 대한민국 경제와 삼성의 베타(β) 값이 커졌다는 뜻”이라며 “삼성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로 인해 국가경제 전체가 좋아질 가능성과, 삼성의 위기가 곧 국가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다른 기업들도 삼성처럼 성장해 국가경제에 대한 주도력을 높여 자연스럽게 삼성의 β 값을 줄여가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의 위상이 비약적으로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평가는 이에 미치지 못함을 지적하는 분석도 있다. 경쟁사인 애플과 비교해 삼성전자는 매출액은 더 많고, 이익은 조금 못한 수준이지만, 시장평가인 시가총액은 애플의 절반에 불과하다. 애플이 약 11~12배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인정받는 반면 삼성전자의 PER은 7배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증시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반도체, 휴대폰 등의 혁신을 통해 초기에 시장을 장악, 높은 이익을 거둬왔다”면서 “하지만 스마트폰에 이은 삼성의 혁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다보니 현재의 매출과 이익에 대한 지속력에 의문을 갖게 되고, 이는 자연스레 주가할인 요소로 반영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년사에서 ‘한계돌파’ ‘신사업개척’ ‘24시간 멈추지 않는 두뇌’ ‘융합화ㆍ복합화’ 등을 언급한 것도 결국 그만큼 ‘새로운 혁신’이 절실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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