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의 힘’이 여실히 드러난 박근혜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이었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향후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꼼꼼히 준비하고, 세심하게 발언을 마련한 기자회견이었던만큼 향후 정부와 국회가 강하게 추진해야할 ‘이슈’도 명암이 엇갈렸다. ‘뜬 이슈’와 ‘진 이슈’도 뚜렷해졌다.
박 대통령은 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와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 등 5개 산업을 ‘5대 유망 서비스산업’으로 묶어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들 산업에 대해 고용창출력이 높고 청년들이 선호한다는 의미도 부여했다. 그간 ‘의료 산업’ 육성은 곧 의료 서비스의 질을 다각화해,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받아들여져 의료 업계의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박 대통령은 5대 유망 서비스 업종에 대해서는 업종별로 관련부처 합동 TF를 만들어 규제완화 정부대책을 신속하게 이행하고, 인허가부터 실제 투자실행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서비스 제공을 강조하면서 올 한해 국정운영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이‘관광’을 언급한 것은 국회 계류중인 ‘관광진흥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경복궁 인근 소재, 대한항공이 보유한 부자에 7성급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법안의 핵심인데 민주당 등 야당은 ‘재벌 특혜법안’이라며 이 법안 통과에 난색을 표해 지난해 말 본회의 통과가 좌절된 바 있다. 이를 첫 기자회견에서 다시한번 박 대통령이 강조함에 새누리당의 ‘관광진흥법’ 통과에 ‘강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관광진흥법’ 통과를 촉구한 바 있다.
이밖에도 박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이기도 했던 ‘DMZ 세계평화공원’과 ‘유라시아 철도’를 언급, 이전 정부와 다른 대북관계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DMZ와 유라시아 철도 사업을 진행키 위해서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급선무인만큼 대북관계 개선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박 대통령의 ‘한마디’에 맥이 빠진 이슈도 적지 않다. 같은 대선 공약이지만 ‘개헌’은 사실상 집권 1년만에 ‘폐기’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에선 ‘87년 체제’인 ‘5년 단임제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등 다양한 개헌 방안 논의가 심도있게 진행중이지만 박 대통령은 “블랙홀이 된다”며 개헌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개헌이라는 것은 워낙 큰 이슈이기 때문에 이게 한 번 시작이 되면 블랙홀같이 모두 거기에 빠져들어 이것저것 할 것을 못 한다”고 말했다. ‘개헌 없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권 초기에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개헌’을 추진치 않으면 집권 중반기 이후엔 ‘힘’이 빠져 개헌이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으는 상태다. 박 대통령이 ‘개헌’을 ‘블랙홀’이라며 부정적 인식을 다시한번 강조한만큼, 국회를 중심으로 추진중인 ‘개헌’ 논의는 ‘공염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자원외교’도 박 대통령의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이란 표현에서 읽을 수 있듯 ‘지는 이슈’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박 대통령은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며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과 투자 등 외형 확대에 치중하고, 유사중볷사업을 불필요하게 추진하는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박 대통령은 ‘특검 도입’ 요구에 대해선 “재판이 진행중이다”고 했고,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언급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의견을 모아주시면 국민의 뜻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기존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석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