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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재산 다 털어 월급줬는데…이젠 막막…다 죽게 생겼어요”
‘ B2B대출’ 덫에 걸린 쌍용건설 하도급사
쌍용건설 법정관리 후폭풍
B2B대출 받은 하도급업체
고스란히 빚 떠안은 상황
1400여 업체 줄도산 우려


# “개인재산 다 털어서 12월까진 월급을 줬죠…이젠 막막합니다. 다 죽게 생겼어요”

쌍용건설 하도급업체 A사 윤창민(가명)대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윤 대표를 비롯, A사 근로자 총 1000여명은 이달부터 급여가 끊긴다. 쌍용건설이 작년 11월 공사대금 대신 A사에 끊어준 40억원 짜리 외상매출채권이 만기(지난달 31일)를 넘겨 공수표가 돼서다. 원래대로라면 A사는 이 채권으로 은행에서 B2B대출(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받고, 원도급업체(쌍용건설)가 이를 갚으면 된다. 하지만 쌍용건설은 지난달 31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B2B대출규정상 이 빚은 이날부터 A사 몫이 됐다. 10일이상 연체하면 A사는 신용불량이 돼 금융거래가 불가능하다. 윤 대표는 “부채비율 28%밖에 안됐던 이 회사(A사)의 목숨이 4일 남았다. 이제 남은 건 악 밖에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쌍용건설이 법정관리 7일째를 맞으며 A사 등 1400여개 하도급업체의 줄도산이 현실화 하고있다. 표면적으론 채권단 지원이 끊긴 쌍용건설이 은행을 통해 업체에 줘야 할 B2B대출금을 갚을 수 없어서다. 신용불량 위기에 놓인 이 업체들은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B2B대출제도 자체에 있다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행대로라면 쌍용건설처럼 법정관리를 밟거나 부도가 난 원도급업체가 끊은 외상채권은 이를 받아든 하도급사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해서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이 워크아웃 이후 하도급사들에 끊어준 외상매출채권은 총 1700억원어치다. 즉, 같은 규모의 B2B대출을 1400여 업체들이 받았다. 여기엔 지난달 31일까지 갚았어야 할 600억원도 포함돼 있다.

채권은행들은 이 1700억원 중 우선 800억원어치를 업체들에 할인해줬다. 워크아웃 당시 쌍용건설이 받은 어음할인 한도액이 800억원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한 금융분석 관계자는 “이를 통해 600여 협력업체들이 급한 불은 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800억원도 시간이 지나면 업체들 입장에선 상환압박이 들어올 ‘빚’이라는 게 문제다. 채권단이 대환대출(빚 돌려막기)이라도 해서 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건설업계 일각에서 조심스레 제기되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어음할인조차 받지 못한 800여 업체다. 이들은 은행의 어떤 지원도 없이 B2B대출 1000억원을 스스로 갚아야 한다.

하도급업체들이 모인 전문건설업계는 이같은 사태의 근본원인이 이들에겐 소위 ‘악마의 제도’로 불리는 B2B대출제도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B2B는 원도급업체가 공사대금 대신 발행한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도급업체가 거래은행에서 대출받는 상품이다. 원도급업체가 만기 내 지급하지 못하면 하도급업체가 대신 원금과 연체이자를 갚아야 한다. 따라서 원도급 업체의 부도나 법정관리가 하도급 업체의 줄도산을 초래한다.

정부는 업계의 우려를 수용해 지난 6월 B2B 관련 제도를 정비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달 31일 채권단에 공문을 보내 ‘쌍용건설 협력업체의 정상적인 영업활동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할 것’을 요청하고 일시적인 자금지원 등 중소기업 프로그램을 가동하라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쌍용건설의 한 하도급업체 대표는 6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금감원에선 (지난달)31일, 1일, 2일 세차례에 걸쳐 공문을 보냈다고 헸지만 채권은행에선 반응이 없다”며 “(쌍용건설 워크아웃 이후)채권은행만 믿고 공사에 참여해 B2B대출을 받았는데, 이런 날벼락이 어디있냐”고 하소연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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