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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울렛의 그늘...“아울렛, 잠깐 따져 보고 가실께요~”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2014년 갑오년 유통업계의 화두는 단연 아울렛입니다. 정상가격보다 20~30%, 많게는 70~80%까지 싸게 살 수 있다는 정보에 쇼핑객들의 발길은 아울렛으로 향합니다. 얄팍한 주머니 사정을 걱정해야 하는 쇼핑객들에겐 그야말로 반가운 곳이죠. ‘규모의 경제’라는 숙명을 안고 있는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판매채널을 하나라도 더 늘리려면 아울렛은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그렇다 보니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에서부터 도심형 아울렛까지 ‘아울렛 땅 따먹기 대전(大戰)’은 불가피한 숙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아울렛이 최고의 선택일까요?



■싸게 샀다고요~잠깐만요~

쇼핑의 불문율은 ‘어디서(where) 얼마를 주고(how much) 살(buy)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쇼핑객들이 아까운 시간과 비싼 기름값을 들여서라도 아울렛으로 향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백화점에서 20만원이 넘는 골프 바지를 단돈 7만원에 건지고, 18만원 하는 운동화를 5만원 안팎에서 구매하면 ‘득템했다’는 말이 절로 나오겠죠.

여기서 잠깐. 아울렛의 장점은 이월이나 재고상품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백화점은 어떨까요?

백화점에서 구입하면 왠지 비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내 백화점은 사실상 연중내내 세일을 합니다. 창사기념이다, 오픈기념이다, 브랜드 세일이다 뭐다 해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세일을 합니다. 보통 10~20%의 세일을 하지만, 간혹 15만원 하는 겨울용 기모 와이셔츠를 3만5000~5만원에 팔 정도로 50% 이상의 파격적인 세일도 합니다.

이월 혹은 재고상품을 20~30% 싸게 파는 아울렛이나 연중 세일을 하며 10~20% 싸게 파는 백화점이나 엇비슷한 셈입니다. 아울렛이 그렇게 싼 편은 아니라는 계산이죠.

알뜰 쇼핑객이라면 눈을 크게 뜨고 봐야 할 문제가 또 있습니다.

국내 아울렛에는 외국의 경우와 달리 이월이나 재고 상품은 물론 ‘아울렛용 기획상품’도 상당수 있다고 합니다. 백화점에서 35만원 하는 가방을 25만원에 판매한다고 하지만 일부는 25만원짜리 가방을 따로 만들어 아울렛용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획상품으로 원가를 저렴하게 들여 만들었으니 가격이 싼 것은 당연지사겠죠.

관악구에 거주하는 한 주부(30대)는 “파주 인근에 있는 아울렛이나 백화점을 둘러보면 가격차이가 크지 않을 때도 있고, 또 혹시나 해서 물어보면 (판매사원이) 나중에 기획용으로 만들었다고 실토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도 “외국의 경우 백화점 세일이 많지 않아 백화점과 아울렛의 가격차이가 크지만 국내에선 백화점이 세일도 많이 하고, 백화점과 아울렛의 상품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아 아울렛에서 산다고 무조건 싸게 샀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실토했습니다.



■블루오션이라고요~잠깐만요~

지난해 2.9% 성장에 그쳤던 백화점이 올해엔 4.3% 성장으로 그나마 숨통이 트일 전망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매년 배 이상 성장하는 아울렛과 비교하면 ‘성장이 멈췄다’는 말이 맞습니다. 롯데나 신세계, 현대백화점이 아울렛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낮은 수수료율과 상권 및 소비자 중복현상은 유통업체들로서도 적지 않은 숙제라고 합니다.

우선 아울렛에서 유통업체가 가져가는 수수료율은 보통 15%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28.5%에 달했습니다. 백화점에서 얻는 수익보다 절반가량이 낮은 셈입니다. 특히 아울렛이 지금처럼 우후죽순 생겨나면 수수료율이 10%대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상권과 소비자 중복현상은 피할 수 없는 난제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이 ‘백화점→팩토리 아울렛→도심형 아울렛→교외형 아울렛’의 판매채널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거리와 상품구성의 차별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내의 경우 도심형 아울렛이나 교외형 아울렛이나 모두 1~2시간대 거리에 있습니다. 거리에서 차이도 없을 뿐 아니라 교외형이나 도심형이라고 해서 브랜드나 상품 구색에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상권이 겹치고, 백화점 고객이 아울렛 고객도 되는 중복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실제 한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A 브랜드 신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장은 “최근 인근에 프리미엄 아울렛이 생기면서 매출이 예전에 비해 10%가량 떨어졌다”고 울상을 지었습니다.

게다가 아울렛의 매출은 올라가지만 정작 그곳에서 힘들여 물건을 파는 점장(매니저)에게 돌아가는 몫은 적다고 합니다. 또 다른 점장은 “브랜드가 점장에게 주는 수수료를 연 1%씩 내리고 있어 물건을 많이 팔아봤자 우리에게 떨어지는 건 똑같다”고 말했습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경기도 안 좋고 지금은 아울렛도 성장국면에 있다 보니 (아울렛이) 쏠쏠한 효자노릇을 한다”면서도 “아울렛은 주말 매출 비중이 60%를 넘을 정도로 절대적으로 주말 장사에 의존하다 보니 안정적인 수익원은 되지 못한다. 또 추가로 오픈하는 아울렛이 자리를 찾을 때쯤이면 수수료 문제는 물론 상권과 소비자 중복 문제 등이 한꺼번에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렛업계 관계자도 “아울렛이 제 목적대로 운영되기 위해선 우선 백화점과 아울렛 간 가격 차별화정책이 뚜렷해져야 한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유통 판매채널별로 브랜드 및 상품 구색에서도 차별화가 있어야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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