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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형 기업 탄력에 도 넘은 장삿 속 ‘인증 대행’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정부에서 혁신형 중소기업을 3만개까지만 집중 육성할 계획입니다. 이미 혁신형 기업이 3만개에 육박하고 있어서 지금 인증을 받지 않으면 나중에는 인증을 받을 수가 없거든요. 인증을 받으려면 ‘라인(인맥)’과 ‘맨 파워’를 풀가동해야하기 때문에 저희 같은 전문업체에 대행을 맡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신기술 개발이나 경영 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혁신형 기업인증제도가 탄력을 받으면서 인증 대행업체의 상술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6일 헤럴드경제의 취재에 따르면 이들 인증 대행업체는 인증 대행업무 수주를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혁신형 기업인증 대행업체가 기술혁신형중소기업(이노비즈)이나 경영혁신형중소기업(메인비즈) 인증 절차를 문의해오는 중소기업을 꼬드기는 가장 대표적인 문구는 ‘정부가 혁신형 기업 인증의 수를 3만개로 제한하고 있다’는 것.

한 인증 대행업체 관계자는 “혁신형 중소기업은 정부가 국제기준(OECD 오슬로매뉴얼)에 따라 ‘3만개 업체’로 제한을 두고 인증을 내주기 때문에 모든 중소기업이 눈에 불을 켜고 인증을 받으려고 하고 있다”며 “이미 혁신형 중소기업이 3만개에 육박해 전문 업체를 통해 신속하게 인증을 받지 않으면 나중에는 인증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모두 거짓이다. 중소기업청의 통계에 따르면 벤처기업, 이노비즈기업, 메인비즈기업 등 혁신 기업인증을 받은 업체의 수는 지난 2013년 10월 기준 4만7026곳(중복제외)으로 이미 3만개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인증을 함께 받은 ‘중복인증 업체’ 1만1756곳을 포함하면 정부가 발급한 혁신형 기업인증 건수는 5만8782건에 이른다.

중소기업청 생산혁신정책과 담당자는 “현재 정부의 방침은 능력이 있는 중소기업을 최대한 발굴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라며 “혁신형 기업인증에 제한을 두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인증 대행업무를 수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형 기업인증 대행업체는 이 같은 감언이설을 통해 메인비즈 인증대행 수수료로 평균 250~300만원을, 이노비즈 인증대행 수수료로 평균 300~400만원 가량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ㆍ경영혁신 역량을 점검하고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증제도가 건당 수백만원대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200여곳이 넘는 중소기업에 혁신형 기업인증을 대행해준 대형 전문업체도 있었다. 혁신형 기업인증으로만 수억원의 돈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관계기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김현수 메인비즈협회 정책협력팀장은 “인증 절차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전담직원 3명을 배치해 고객상담센터를 운영, 지난해에만 1만여건의 상담을 진행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나 기관 등의 창구를 잘 모르는 중소기업이 많아 홍보채널과 인증절차 안내 시스템의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혁신형 기업은 벤처기업, 기술혁신형중소기업(이노비즈), 경영혁신형중소기업(메인비즈)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기술ㆍ경영혁신활동을 통해 일반기업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뜻한다. 국내 중소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998년 벤처기업 인증제도가 처음 시작된 이후, 2001년과 2006년 각각 이노비즈기업과 메인비즈기업 인증이 추가됐다.

혁신형 기업이 되면 금융ㆍ광고료 지원과 중소기업청 지원시책 우대, 타 기관 지원시책 연계지원 우대 등의 혜택을 받는다. 올해 중소기업청 예산에도 ‘혁신형 기업의 글로벌 중소기업 육성’에 247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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