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시어지(concierge)의 사전적 의미다. 중세시대 성에 딸린 집사를 뜻하는 프랑스어 ‘르 콩트 데 시에르지’에서 유래한 컨시어지는 이후 자본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이른바 VIP 서비스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중세의 영주를 모시듯 관광, 교통, 식당, 쇼핑 등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밀착 제공하는 서비스가 ‘큰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투숙객의 일정을 관리해 주는 호텔 컨시어지에서부터 쇼핑객에게 상품 상담을 해 주는 백화점 컨시어지까지, 컨시어지 서비스는 2000년대 초반 붐을 일으키며 국내 VIP 시장을 이끌었다.
그로부터 약 5년이 지난 지금 컨시어지 서비스는 또 다른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스스로 정보를 검색하고 사용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스마트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과거 일부 VIP로 한정됐던 컨시어지 서비스의 대상이 일반인으로까지 넓어진 것.
이런 흐름은 컨시어지 서비스의 확대를 주도했던 호텔ㆍ관광업계에서 가장 크게 감지된다. 콘래드 호텔앤리조트(Conrad Hotels & Resorts)는 자사의 여행 모바일 앱 ‘콘래드 컨시어지’에 프리 체크인(pre check-in) 기능을 도입했다. 전 세계 24곳의 콘래드 브랜드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은 호텔에 도착하기 전 스마트폰으로 사전 체크인을 할 수 있으며, 원하는 욕실 비품이나 베개를 선택할 수 있다. 투숙 중 룸서비스를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과거 반드시 호텔 직원을 통해야만 했던 일들이 손짓 하나로 가능해진 것이다.
콘래드 호텔앤리조트(Conrad Hotels & Resorts)의 여행 모바일 앱 ‘콘래드 컨시어지’ 화면(왼쪽). 2012년 한국관광공 사 창조관광사업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다비오사의 ‘블링킹투어 플래닛’ 모바일 앱‘ 강남여행 코스’ 안내화면. |
지난 2012년 한국관광공사 창조관광사업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다비오사의 ‘블링킹투어 플래닛’ 앱 역시 여행사가 담당하던 컨시어지 서비스를 스마트폰 위로 고스란히 옮겼다. 이 앱은 유명관광지와 맛집, 무료 지도 및 내비게이션 서비스 등 여행 필수정보를 제공한다. 다만 그 방식이 조금 남다르다.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여행지와 여행일정, 선호하는 활동 등 몇 가지 정보를 입력하면 자신의 성향에 맞춰 짜여진 여행 일정을 자동으로 받아 볼 수 있다.
최근 외국인 의료관광 산업의 활성화로 ‘장기 체류형 의료관광객’이 늘고 있는 의료업계도 컨시어지 서비스에 열을 올리기는 마찬가지다. 불임 치료 및 시험관 아기 시술 등 최소 3주에서 4주 이상의 장기 진료가 필요한 분야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2010년부터 꾸준히 해외환자가 늘고 있는 미즈메디병원은 지난해 6월부터 SK텔레콤과의 제휴를 통해 병원에서 해외 환자들에게 스마트폰을 대여해 주는 ‘메디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스마트폰을 이용한 컨시어지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이를 기본 기능으로 탑재한 기기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9월 ‘2000만원짜리 스마트폰’으로 화제가 됐던 ‘버투Ti페라리’에는 기본으로 컨시어지 앱이 탑재돼 24시간 호텔이나 레스토랑 예약 및 주요 여행지 안내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