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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이호철> 내년 경제활력의 관건은 자본시장에 달렸다
독일거래소가 신년 리셉션 초대장을 보내왔다. 이 자리에 메르켈 독일 총리가 기조연설을 한다. 국가 수장이 거래소 신년모임에 참가하는 것은 그만큼 자본시장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리먼 사태로 야기된 위기 수습 국면이 막을 내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이달부터 그동안 무제한 돈을 풀었던 양적완화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새해의 관심은 “양적완화 없이 경제의 활력을 찾을 수 있을까?”하는 데 있다.

서구 선진국들은 자본시장이 경제 활성화의 관건이라는 것을 경제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창의적 혁신기업이 나와서 고용을 늘리고 경제의 활력을 끌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 창조기업은 모험자본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투자자들이 위험을 분담하는 모험자본이 바로 자본시장이기 때문이다.

16세기, 조그만 해안농업국인 네덜란드가 세계 강국으로 떠오른 것은 모험자본의 자본시장 덕분이었다. 농사를 지으며 포르투갈을 통해 동방에서 수입한 물품을 교역하던 작은 나라, 네덜란드는 포르투갈이 스페인에 합병되면서 수입 길이 막히게 됐다. 네덜란드는 농업 소국에 머물거나, 직접 무역에 나서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당시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 인도양까지 가는 항해는 커다란 모험이었다. 네덜란드인들은 위험을 분산시키면서도 대규모 자금을 모으는 방법을 구상했다. 바로 주식이다. 주권을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팔아, 성공하면 높은 수익을 얻는 반면 실패하면 위험을 투자가들이 분담하는 것이다. 이어 주식을 자유롭게 사고파는 거래소를 만들었다. 또 긴 항해 중에 배가 정박하며 항해물품을 보급해주는 해운기지가 전 세계 도처에 필요했다. 네덜란드는 동인도회사를 만들고 주식을 발행해 막대한 자금을 모아 일거에 세계 각지에 해운기지를 건립했다. 이 결과, 작은 나라, 네덜란드는 한때 전 세계 무역선의 절반을 보유할 정도로 경제 대국이 됐다.

네덜란드의 금융은 네덜란드의 오렌지공 윌리엄이 명예혁명으로 영국 국왕에 오르면서 영국으로 이전됐다. 모험자본을 탄생시킨 네덜란드 금융의 역동성을 흡수한 영국은 이를 산업혁명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영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미국의 등장도 예외가 아니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 인디언과 사슴이 뛰놀던 대륙에 운하와 철도를 한꺼번에 깔아 문명국으로 뒤바꿈시킨 것도 자본시장과 투자은행의 역할이었다.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철도회사 주식을 유럽의 자본가들에게 매각하면서 성장했고 점차 월스트리트가 세계 자본의 중심지로 자리잡으며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키웠다.

지금 우리의 자본시장은 고사위기에 직면해 있다. 주식 거래량이 일평균 9조원에서 5조원 규모로 거의 반 토막 났다. 자본시장의 활력을 살리려는 국민 전체의 노력 없이는 창조경제도 공염불에 끝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창조기업은 위험을 분산하고 대규모 투자를 가능케 해주는 모험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내년 경제 활력의 관건은 자본시장의 활력에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이호철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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