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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가 있는 길을 찾아서…길을 통한 문화 창조 · 발전 프로젝트 ⑬ > 항쟁 상처품은 246.8㎞…홍조 품은 갯벌엔 희망이…
강화 호국 돈대길
고려시대 항몽의 본거지·조선시대엔 병인양요 등 외세 침략의 아픔 품은 비운의 땅 강화

갑곶돈대~초지진 2코스 곳곳 포탄 흔적 아직도…해안선 따라 잘 정돈된 길에 서니 만감이 교차


미 해군 함대의 함포가 강화도 덕진진을 향해 불을 뿜었다. 조선군은 장비의 열세에도 격전을 벌였다. 어재연 장군 이하 조선군 200여 명이 포연과 함께 사라졌다. 후에 신미양요로 불린 광성보 전투는 조선군의 뼈아픈 패배로 끝났다.  140여 년이 지나고 해는 수만 번 뜨고 졌다. 아픈 역사를 지닌 강화도는 지는 해와 함께 그렇게 수만 번 과거를 묻었다. 강화도의 유구한 역사를 따라 돌고 있는 246.8㎞의 나들길은 올 한 해의 아픈 과거들도 내년에 새롭게 떠오를 태양을 기다리며 연말 낙조와 함께 또 묻어둘 모양이다. 

강화 나들길 2코스 호국돈대길은 근대 한반도의 아픈 역사를 고이 간직한 길이다. 갯벌을 따라 갑곶돈대에서 시작해 초지진에 이르는 17㎞의 이 구간은 답사하는데 대략 6시간 정도 걸린다.

▶외세의 침략과 근대사의 아픔 간직한 호국돈대길(2코스)=강화도 나들길 가운데 이만큼 치열했고 아팠던 역사를 지닌 길도 없다.

고려시대 대몽항쟁의 본거지였고 조선의 수도 한양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위치한 지리적 요건 때문에 외세의 침략에 방어해야 하는 첨단에 섰던 것이 강화도였다. 그 중에서도 갑곶돈대는 고려시대 한반도를 침공한 몽고군이 고려 왕궁을 눈앞에 두고 말을 돌렸던 곳이었고, 강화해협의 남쪽 첫 관문인 초지진은 병인양요(1866년), 신미양요(1871년)와 운요호 사건(1875년)을 모두 겪은 곳이다. 호국돈대길은 이곳 갑곶돈대부터 초지진까지 강화해협을 따라 17㎞가량 이어져 있으며, 걷는 데는 6시간가량 걸린다.

호국돈대길은 기승전결을 따라가듯 아픈 역사를 역으로 거슬러 오른다. 첫 시작인 갑곶돈대는 고려 왕조가 대몽항쟁을 벌이며 도읍을 강화도로 옮기고 1232년부터 1270년까지 강화해협을 방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숙종 5년인 1675년, 지금의 모습과 같이 축조됐고 병인양요땐 프랑스가 4척의 함정과 해병대를 보내 이곳을 통해 상륙을 감행, 강화도 공략을 꾀했다.


갑곶돈대를 시작으로 해안도로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용진진, 용당돈대가 나오고 이어서 벽과 형체만 간신히 남은 화도돈대를 만날 수 있다. 지금은 그저 갯벌을 따라 난 눈 쌓인 길일 뿐이지만 100여 년 전 서양세력의 침략의 발자국이 남았던 그 길이다.

조금 더 걷다 보면 오두돈대가 나온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자라의 머리와 같은 지형에 설치돼 있어 적의 침입을 사전에 관측하기 유리한 곳이었다.

오두돈대에서 약 40분가량 걸으면 치열한 전투의 현장이었던 광성보가 눈앞에 들어온다. 지금까지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길을 걸었다면, 이곳에 와서 그 긴장감은 절정에 이른다.

▶호국돈대길의 절정, 광성보부터 역으로 더듬어가는 신미양요와 결사항전의 현장=광성보는 강화도 12진보 중 하나로 초지진에 상륙한 미군과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어재연 장군과 병사들이 마지막 결사항전을 벌이며 쓰러졌던 장소다. 어재연 장군은 대포알을 던지면서 싸웠으나 결국 ‘적의 창에 난자되고 머리를 베여’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 그는 후에 병조판서에 추증됐고 광성보 내엔 순절한 그와 그의 동생 어재순을 기리는 쌍충비가 남아 있다. 그 아래엔 전사자들을 7기의 분묘에 나눠 합장한 신미순의총이 있다.

광성보와 함께 인근엔 광성돈대, 손돌목돈대, 용두돈대가 남아 있어 광성보 인근까지 다 둘러보려면 넉넉잡아 약 30분 정도는 걸린다.

숱한 외적들과 싸우며 강화도를 지켰을 광성보 안해루.

용두돈대 앞엔 물살 험한 손돌목이 외세의 침입을 막으려는 듯 거세게 흐르고 있고 그동안의 외침을 지켜봤을 법한 소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용두돈대와 손돌목까지 봤다면 여정의 3분의 2는 지났다. 남은 것은 덕진진과 남장포대, 초지진이다.

초지진에 상륙한 미군은 역으로 이 길을 따라 광성보까지 쳐들어왔다. 그 중간에 있는 덕진진은 강화 12진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곳이었으며 덕진진의 남장포대는 15문의 대포로 미국 함대와 치열한 포격전을 벌인 곳이다. 흥선대원군은 병인양요를 겪은 직후인 1867년, 이곳에 ‘바다의 관문을 지키고 있으므로 외국 선박은 통과할 수 없다’고 새긴 경고비, 이른바 척화비를 세웠지만 외세의 침입은 막을 수 없었다. 비석 우측엔 아직도 그때의 치열했던 전투를 생생히 전달하듯 탄흔이 남아 있다.

초지진에 이르면 저 멀리 강화도와 김포를 잇는 초지대교가 눈앞에 들어온다. 지금이야 강화해협을 잇는 다리 덕분에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지만 수전에 약한 몽고군은 강화도를 눈앞에 두고 이를 갈며 말을 돌렸다.

성곽 규모는 500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규모의 방어시설이지만 중요한 군사 요충지였다. 수많은 전투를 치른 덕택에 당시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성벽 언저리와 벽 옆의 노송에도 포탄 흔적이 남아 있을 정도다.

광성보 광성돈대에 전시된 조선군 구식 대포.

호국돈대길은 초지진에서 마무리된다. 해안을 따라 걷기만 해도 외세와 싸웠던 근대조선을 눈앞에서 만난다. 해안도로를 따라 난 길도 있고 갯벌 옆을 바로 지나기도 하지만 길은 제법 잘 정비돼 있다.

갑곶돈대부터 광성보, 덕진진, 초지진을 모두 방문할 계획이라면 5개소 일괄 관람권을 구매할 것을 권한다. 덕진진부터 온수공영주차장까지 가는 길도 있으나 이보다는 초지진을 따라 가는 것을 더 권한다.

덕진진과 외세의 침입을 경고하는 경고비, 척화비.

▶낙조를 찾아, 북일곶돈대로…=아침 일찍 9시부터 여정을 시작한다면 호국돈대길은 오후 3시께 마무리된다. 남은 오후는 지는 해를 바라보며 한 해를 정리할 수 있는 것이 강화도의 매력이다.

강화 나들길의 7코스, 갯벌보러가는길의 중간께 위치한 갯벌전망대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낙조를 찍기 위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강화 나들길의 7코스 일몰조망지에서 본 석양. 수평선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이 해를 받치는 듯한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몰려든다. 갯벌에 반사된 낙조와 노을이 주는 붉은색과 보라 빛의 스텍트럼도 절경이다.

수평선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이 해를 받치는 듯한 장면을 포착하는 것이 가장 인기있으며 섬이 눈에 거슬린다면 ‘ㄱ’자 모양으로 구부러진 갯벌조망대에 자리를 잡는 것도 괜찮다. 갯벌에 반사된 낙조와 노을이 주는 붉은색과 보라색의 빛의 스펙트럼도 절경이다.

버스로 이동한다면 60-2번, 700번 버스를 타고 화도터미널이나 온수리 정류장에서 순환버스 1~4번 버스를 갈아타고 장화교회 앞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4시 반께 도착하면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다.

▶볼 것 많고 들를 곳 많은 강화 나들길=강화 나들길은 본섬 9개 코스(174.9㎞) 등을 포함, 석모도, 교동도, 주문도, 불음도 나들길까지 총 14개 코스 240여㎞이른다. 강화도 전체를 휘감는 나들길에선 강화도의 역사와 자연, 문화 등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코스별로 길게는 23.5㎞ 짧게는 11㎞ 정도여서 구간에 따라 걷는 데는 3시간~7시간 가량 걸린다. 전 코스를 모두 답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2, 7코스 외에도 고려왕조의 피난 역사를 목격할 수 있는 고려궁터를 지나는 심도역사문화길(1코스), 호국불교와 전등사를 경험할 수 있는 능묘가는길(3코스), 고인돌군을 지나는 고비고개길(5코스) 등도 있다.

자세한 사항은 강화 나들길 홈페이지(www.nadeulgil.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화=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 어떻게 갈까

강화도의 주요 교통수단은 자가용이 아닌 이상 버스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구간과 노선에 따라 적게는 하루 2회 운행하는 버스도 있고 많게는 배차간격이 15분 단위인 버스도 있어 시간을 잘 맞춰 타야 한다.

▶시외버스=서울(신촌)-강화(3000번ㆍ15분), 서울(신촌)-화도(3100번ㆍ1시간), 서울(영등포)-강화(88번ㆍ15~20분), 송정역-강화(8번ㆍ20분), 송정역-화도(60-2번ㆍ40분), 인천-강화(70번ㆍ40분), 인천-강화(700, 700-1번ㆍ40분), 부평-강화(90번ㆍ15분), 일산-강화서문(96번ㆍ20~40분)

▶군내버스=강화터미널-대산(10번ㆍ11회), 터미널-외포(31번ㆍ11회, 36번ㆍ6회, 37번ㆍ10회), 터미널-온수(51번ㆍ4회, 52번ㆍ6회, 56번ㆍ2회), 터미널-화도(40번ㆍ15회, 42번ㆍ6회, 44번ㆍ5회, 48번ㆍ10회), 온수-외포리(60번ㆍ5회, 61번ㆍ4회), 해안순환(1, 2번ㆍ11회), 해안순환(3, 4번ㆍ5회)

<<< 무얼 먹을까

강화도는 예로부터 고려인삼의 원산지이다. 한국전쟁 이후 개성 사람들이 피난 와 본격 재배가 이뤄졌으며 6년근 인삼이 유명해 강화 읍내 곳곳엔 인삼센터가 있다. 또한 강화는 장어로도 유명한데, 초지대교 인근에도 장어마을이 조성돼 있다.

▶강화인삼협동조합 강화인삼센터(032-933-5001~4)=강화도 인삼협동조합 50여개 점포가 입점해 있는 대규모 인삼 판매단지이다. 6년근 강화인삼을 우편 및 일부 인터넷 주문도 가능하다. 강화군 강화읍 강화대로 335.

▶더러미집(032-932-0787)=강화도 특산품 중 하나로 장어구이 요리가 일반적이다. 이곳은 향토음식 발굴 경연대회 참가업소다. 강화군 선원면 신정리 319-7.

▶장어마을(032-937-8887)=장어구이가 전문이며 참나무 숯으로 장어를 구워 향과 맛이 뛰어나다. 갯벌과 영종대교를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다. 갯벌장어 구이 1㎏ 가격은 8만원. 강화군 길상면 해안남로 298.

<<< 어디서 잘까

강화도 곳곳에선 펜션 등 숙박시설이 상당히 많다. 자신이 나들길 코스를 잘 고려해 펜션을 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

▶세인관광호텔(032-937-6826)=전등사에 진입하기 직전 길목에 위치한 호텔이다. 차로 초지대교에서 5분 걸리는 거리에 있으며 인근에 전등사 외에도 마니산 국립관광지, 동막해수욕장도 차량으로 10분 이내 거리에 있다.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654-1

▶바닷가펜션(010-7633-8499)=7번 코스 중간 해넘이를 볼 수 있는 장화리 일몰조망지에서 약 2㎞가량 떨어져 있다. 펜션 앞에 펼쳐진 갯벌을 체험할 수도 있고 앞바다까진 10분 정도 걸어나가면 된다. 동막해수욕장까지 차량으로 20분가량 걸린다. 버스는 해안순환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강화군 화도면 장화2리 198. 

강화=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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