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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선임기자의 대중문화비평> ‘가왕 ’에 들뜨고…‘엑소’에 반하고…‘힙합 ’과 달렸다
<굿바이 2013 - 대중음악계 결산‘ 노장 & 신인’>
조용필의 신곡 ‘바운스’ 음원차트 석권
들국화·이장희 등 전설들 귀환 잇따라

‘차트 역주행’ 크레용팝 스타덤 올라
엑소, 정규 1집 100만장 눈앞 ‘진기록’

‘힙합 디스전’ 효과…주류음악 급성장
다이나믹듀오·산이 등 차트정상 질주


2013년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특기할 만한 사실은 노장의 귀환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로 데뷔 45주년을 맞은 조용필이 10년 만에 정규 19집 ‘헬로(Hollo!)’를 내며 컴백했다. 수록곡 ‘바운스’가 선공개되자마자 싸이의 ‘젠틀맨’을 누르며 주요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다는 사실은 노장도 동시대 가수가 될 수 있다는 신호였다.

조용필을 시작으로 이문세, 들국화, 봄여름가을겨울, 이장희 등 ‘전설’이라 불릴 만한 50~60대 가수들이 오랜 공백끝에 돌아왔다. ‘빙글빙글’의 중년 가수 나미(56)도 17년 만에 신곡 ‘보여’로 컴백했다.

노장의 귀환이 가요계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았다. 이들은 주로 TV 출연보다는 공연을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있었다. 조용필처럼 신보를 발표한 경우는 이례적이었다. 신보는 원로가수의 기념음반 수준을 너머 동시대 다양한 세대가 소비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녔다. 노래의 깊이와 여운, 연륜을 느낄 수 있는 선배가수의 등장은 아이돌 음악으로 쏠렸던 가요계의 파이를 키워주었다. 초등학생이 즐겁게 ‘바운스’를 부른 걸 보면 조용필의 노래는 작위적이고 상업적인 세대통합송이 아닌, 다양한 세대와 계층을 자연스럽게 소통시키고 통합할 수 있는 힘으로 보였다. 조용필은 이승철과 신승훈 등에게도 자극이 된 것 같다. 신승훈과 이승철이 둘 다 신보를 내놓아 과거 스타일이 아니라 점진적 실험으로 신세대를 포함해 다양한 세대와 어울리는 음악을 선보여 공감을 얻었다.

전인권 최성원 주찬권 등 원년 멤버로 들국화가 오랜만에 재결성한 지 얼마 안돼 드러머 주찬권이 지난 10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팬들을 슬픔에 잠기게 했다. 고인이 생전에 녹음해놓은 음악이 최근 27년 만의 새 앨범 ‘들국화’로 만들어졌다. 주찬권처럼 질주감이 강한 드러머를 다시 볼 수 없게 된 게 안타까운 일이지만 새 앨범에는 신곡이 7곡이나 돼 들국화를 아끼는 팬들이 그를 기릴 수 있게 됐다.

데뷔 45주년을 맞은 조용필(큰사진)의 ‘바운스’는 선공개되자마자 싸이의 ‘젠틀맨’을 누르며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버스커버스커(위) 2집은 전 수록곡이 1~9위를 차지했고, 엑소(아래) 첫 정규음반은 100만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이한 가수들도 시선을 집중시켰다. 걸그룹 크레용팝(가운데)은 100위권 밖에서 1위로‘ 차트 역주행’을 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올해 가요계의 아이돌과 신인 쪽에서는 평범하지 않고 특이한 가수들이 시선을 집중시켰다. 대표적인 예가 걸그룹 크레용팝과 아이돌 그룹 엑소다. 크레용팝은 트레이닝복에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나타나 ‘빠빠빠’의 신나는 댄스 리듬과 ‘직렬 5기통’ 춤으로 순식간에 스타가 됐다. 아저씨팬들도 많이 생겼다. 발표 당시에는 한동안 100위권밖에 머물렀지만 순식간에 1위에까지 올라 ‘차트 역주행’이라는 말까지 얻었다. 크레용팝은 표절과 ‘일베(일간베스트)’ 등과 관련된 각종 논란을 달고 다니기도 했다.

엑소는 지난해 4월 데뷔하고도 한동안 부진했다. 기자는 엑소를 보면서 SM엔터테인먼트에도 안되는 스타가 있구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정규 1집 ‘XOXO(Kiss&Hug)’ 수록곡 ‘늑대와 미녀’와 ‘으르렁’ 단 두 곡으로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첫 정규 음반을 100만장 가까이 팔아치우며 올내로 100만장을 넘길 전망이다. 아마 이 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이다. 요즘도 ‘12월의 기적’이라는 노래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가요계에는 많은 일이 벌어졌다.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강남스타일’ 때보다는 약하다 해도 유튜브 조회수 6억회를 돌파한 것은 큰 일이다. 힙합계에선 때아닌 ‘디스(Diss)’전이 벌어져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힙합은 변방이 아닌 주류음악임을 입증했다. 힙합이 가장 잘나간 해가 올해일 듯싶다. 다이나믹듀오, 버벌진트, 산이, 범키 등 힙합 뮤지션이 대거 음원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이제 힙합 가수의 랩 피처링이 없으면 심심한 노래같이 느껴질 정도다.

지난 9월 발매된 버스커버스커의 2집은 1집보다는 못했지만, 타이틀곡 ‘처음엔 사랑이란 게’ 등 수록곡이 모든 음원차트에서 일주일 넘게 1~9위를 차지해 화제가 됐다. 버스커버스커는 장범준의 결혼으로 팀이 중단돼 또 한번 화제를 불러모았다.

하지만 표절 논란 또한 어느해보다 많이 나왔다. 크레용팝, 아이유, 프라이머리, 로이킴은 표절 논란이 강하게 일어 네티즌의 비판을 받았다. 특히 프라이머리는 인기예능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선보인 ‘아가씨(I Got C)’가 표절 시비에 휘말려 더욱 큰 타격을 받았다. 표절 논란에 대해 프라이어미 등은 ‘장르의 유사성’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이 말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올해는 가수나 작곡가에게 있어 표절 논란은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기억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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