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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럼>공기업의 준법경영프로그램-정영철 법무법인 에이펙스 변호사
공기업 임직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최우선 대책은 언제나 처벌 강화였다. 기존의 범죄행위를 가중처벌하거나 형사처벌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공기업의 임직원을 공무원에 준해 엄하게 처벌하고 특정한 범죄행위는 가중처벌한다. 가중처벌행위의 대상은 점차 늘어나서 이제는 형법전보다 특별법, 특가법, 특경법들을 먼저 들여다 봐야 할 지경이다.

최근 유행하는 논의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상이다. 내부고발을 장려하기 위해 보상금의 최고한도를 높이고 내부고발자는 승진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고 내부고발의 대상도 개인의 비리뿐 아니라 조직 전체의 낭비적 요소까지 확대되고 있다. 더나아가 내부고발이 아닌 공익고발제도까지 도입해 정부기관별로 경쟁까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처벌도, 유인도 좋다. 하지만 이제는 보다 장기적인 대책을 생각해 볼 때다. 이런 측면에서 공정거래법에서 시작해 외감법과 자본시장법, 회사법으로 확대ㆍ시행되고 있는 준법경영프로그램과 준법경영책임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준법경영프로그램이란 기업 혹은 그 임원의 위법행위의 가능성을 사전에 줄이기 위한 조직내부의 모든 체계이다. 이중 중요한 것은 준법감시인을 최고임원으로 설치해 주기적으로 임직원들에게 준법행위의 중요성을 교육시키며 내부적으로 의사결정 절차를 투명하게 하고 사전에 중요한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스크린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준법경영프로그램의 실시를 공기업 전반에 확대, 강제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공기업의 경우에도 제한적으로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돼 있고 따라서 준법경영프로그램의 시행을 위한 준법감시인 제도는 기존의 사외이사, 감사제도나 감사위원회 제도와 중복되는 것이라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근거가 없다. 공기업의 경우 지배주주가 없기 때문에 이들의 영향을 우려할 바는 아니고 도리어 준법감시인은 정부의 정치적 영향력을 완화시켜서 공기업 임원들이 공기업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적법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감사나 감사위원회 제도는 주로 잘못된 결과에 대한 사후적 책임범위를 판별하기 위한 것으로, 공직자들의 경험이 활용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기업이 지나치게 과다한 성과를 임직원들에게 지급하고 있는 마당에 준법경영프로그램제도의 시행은 추가적인 경비를 발생시킬 뿐이라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경비측면에서도 준법경영프로그램의 설립을 위한 비용을 공기업 의사결정의 적법성 시비로 인한 비용과 비교할 때, 그리고 사전적인 조치비용과 사후적인 문제처리비용을 비교할 때 도리어 공기업의 비용을 장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는 제도이다.

언제나 빠른 효과를 내는 것에 치중한 나머지 지나치게 개인의 지도력에 의존했던 사회 전반의 풍토도 이 기회에 다시 한번 둘러보면서 개인이 아닌 프로그램과 시스템에 기초한 창조와 질서의 조화를 위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처벌에서 유인으로, 유인에서 프로그램으로 나아가 보자.

한국 자본주의의 성장은 그 속도와 사회통합의 면에서 세계적으로 좋은 선례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국제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이런 경제성장의 경험을 후진국들과 나누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제 여기에 하나를 더할 때이다. 한국은 한국자본주의의 정당성이 적법성과 창의성에서 나온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 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야 한다. 준법경영프로그램은 그 길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정영철 법무법인 에이펙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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