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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윤현종> 엉뚱한 데로 번진 철도파업 불길
철도노조 파업의 불길이 생각지도 않은 곳으로 퍼졌다. 경찰은 22일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집행부 검거를 위해 달갑잖은 ‘사상 최초(?)’의 꼬리표를 달고 민주노총 사무실을 이 잡듯 뒤졌지만 실패로 끝났다. 민주노총은 ‘80만 노동자의 성지를 망쳐놨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야권도 합세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방만한 경영을 고치려 정부가 낸 경쟁체제 카드가 촉발한 철도노조 파업은 이제 정권퇴진 운동으로 확산했다.

사태가 들불처럼 번지는 동안 철도 파업 사태의 근본 원인은 잊혀진 듯하다. 바로 코레일의 방만한 경영 행태다. 코레일은 2005년 공사로 전환할 당시 부채 3조원을 탕감받았음에도 쌓인 빚은 6월 말 현재 17조6028억3100만원이다. 지난해 말(14조3208억7300만원)과 비교해 6개월 새 22.9% 늘었다. 코레일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도 작년 말 244.2%에서 올 6월 말 433.9%로 1.8배 커졌다. 적자노선 운영 탓에 매년 4000억∼7000억원을 날려 왔다.

이 파업의 단초가 된 수서발KTX법인의 자회사화를 통한 경쟁체제 도입은 코레일의 천문학적인 빚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정부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고 했다. 코레일 부채감축을 위한 ‘내부경쟁’ 도입이 정부의 공기업 개혁 최전선임을 인식하고 있다.

물론 방만경영의 주 원인은 그간 역대정권이 진행한 국책사업 등이 낸 적자도 무시할 수 없지만, 노조원 스스로도 자신의 ‘직장생활’이 다른 사기업에 비해 방만하진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2만명이 넘는 임직원 평균 연봉은 5500만원이 넘는다. 코레일 자회사는 고위퇴직자 재취업 창구라는 지적도 있었다. 노조도 지나치게 후한 급여체계에서 자유롭지 않다. 해고자 89명에게 연봉 6000만원씩을 지급하느라 연간 60억원을 넘게 쓰고 있다.

적자투성이가 된 코레일은 결국 조직에 속한 노와 사 모두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다. 서로를 탓하는 사이 파업의 쟁점은 철도노조도 코레일도 자체해결 불가능한 능력 밖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추운 날씨에 오지 않는 열차를 기다리느라 발을 구르는 시민들이 언제까지 현 상황을 참아줄 것이라 생각하는가. 

윤현종 경제부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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