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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이퍼링 지뢰ㆍ최루가스(정정불안) 눈물…신흥국 ‘시계제로’
미국발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 초점이 신흥국으로 급속 이동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돈줄 죄기’가 본격화하면서 신흥국에서의 자금 엑소더스(대탈출)가 예고된 가운데 정정불안이 내년 신흥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쏟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신흥국 고통은 이제 막 시작됐다”며 “내년 신흥국 경제는 테이퍼링보다 ‘최루가스(정정불안)’가 더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신흥국 정정불안 ‘시계제로’=FT는 특히 브라질, 터키, 우크라이나, 태국을 반정부 시위로 경제가 취약해지고 있는 나라로 지목했다.

실제로 태국은 2달 넘게 계속되는 잉락 친나왓 총리 퇴진 시위로 증시가 5%, 바트화 가치는 2.8% 하락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친(親) EU와 러시아로 양분돼 증시와 통화가 12%, 1% 떨어졌다. 고물가 허덕이는 브라질과 터키 증시는 11.3%, 15.1%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는 미국 증시가 연초대비 20% 상승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시티그룹의 티나 포드햄 정치 애널리스트는 이같은 신흥국 정치 불안에 대해 “경제성장 둔화, 리더십 부재, 새롭게 부상한 중산층 요구 급증, 소셜미디어 사용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민중의 소리’(Vox Populi)라는 위협적 현상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내년 인도와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성장 둔화가 내년 아시아 지역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외환위기 유령 다시 배회=테이퍼링은 신흥국에 악몽이다. 미국이 그동안 풀었던 유동성을 거둬들이면 달러가 강세를 띠면서 신흥국 통화는 평가절하된다. 신흥국은 지난 6월 한차례 벤 버냉키 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만으로도 외환과 주가에서 패닉장세를 경험한 바 있다.

문제는 신흥국의 처방이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신흥국 중앙은행이 ‘금리인상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해외자금 유출을 막고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를 더 위축시킬 수 있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인도는 연 7.75%, 인도네시아 연 7.5%, 브라질 연 10% 등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상태여서 운신의 폭도 넓지 않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테이퍼링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경제학자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FT 기고문에 신흥국은 이미 지난 여름 테이퍼링 충격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다면서 “Fed의 통화정책 비틀기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뱅크 오브 싱가포르의 리처드 제럼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이제는 (경제와 금융을 방어하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쳤기 때문에 6개월 전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크레디트 아그리콜의 다리우스 코발치크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이들 취약 국에 대한 테이퍼링 발표) 충격이 아직은 미미하다”면서 “장기적 영향은 미 국채 수익률 추세와 연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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