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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경제 ‘디플레이션 딜레마’ 직면…제로금리에도 소비ㆍ고용 부진
세계 경제가 ‘디플레이션 딜레마’에 빠졌다. 중앙은행이 제로금리도 불사하며 막대한 경기 부양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소비와 고용 성장의 불씨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각국 중앙은행이 살포한 유동성은 자산시장에 몰리며 ‘버블’ 논란만 낳고 있다.

지난 2008년 ‘초저금리 시대’를 열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에 착수하며 ‘긴축으로의 회귀’를 선언한 것도 이같은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소비자 물가의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디플레이션이 현대 경제를 정의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Fed가 경기 회복을 위해 3조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했으나 미국 물가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Fed가 금리 인하를 시작한 2008년 연율 2.3%를 기록한 뒤 2009년 1.7%, 2010년 1.0%로 뒷걸음질 쳤다. 2011년과 2012년에는 1.7%와 2.1%로 반등하는 듯했으나 올해 11월 현재 1.7%로 다시 주저앉았다. Fed가 당초 테이퍼링의 선제 조건으로 내건 장기 인플레이션 목표치 2.0%를 여전히 밑돌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에선 고용 부진이 경제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실업수당 신규 청구건수는 37만9000건으로 집계돼 전달 36만9000건은 물론 시장 전망 33만4000건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확대된 결과다.

이같은 문제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처럼 대대적 양적완화를 단행하고 있는 일본과 유럽에서도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일본의 근원 CPI(식품ㆍ에너지 가격 제외)는 2008년 10월 이래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다 10월에야 가까스로 연율 0.3% 상승을 기록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도 CPI는 10월 0.7%, 11월 0.9%로 2개월 연속 0%대 성장에 머물러 있다. 내년부터 유로존 회원국이 되는 라트비아(-0.4%)를 비롯해 그리스(-2.9%)와 불가리아(-1.5%)는 디플레이션에서 허덕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디플레이션 우려 해소를 위해 강력한 통화완화정책을 가동해왔으나 여전히 저인플레이션과 사투 중이다”라며 “추가 금리 인하 등의 대안이 고려되고 있지만 향후 물가 전망은 어둡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는 돈이 몰리며 ‘나홀로 활황’을 보이고 있다. 중앙은행이 살포한 천문학적인 돈이 거품 논란이 일 정도로 자산시장으로만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시장에선 19일에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만6179.08에 거래를 마감, 최고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국제통화기금(IMF) 국제주택가격지수는 올 2분기 126.4로 2008년 4분기 이후 최고치에 올라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경제논설위원은 최근 “전무후무한 양적완화에도 물가는 안 오르고 성장은 둔화돼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전철을 밟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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