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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통 부족한 ‘한국판 대처리즘’
박근혜 대통령 당선 1년…성과와 과제

英 1984년 광산노조 파업당시
정부 ‘폐쇄 정당성’ 잇단 여론전
소통채널 가동…결국 대처 승리로

역대 최장 치닫는 철도파업
찬성·반대 양극으로 갈라진 사회…
국민합의 얻으려면 소통 절실




18대 대선이 끝난 지 1년, 박근혜 대통령이 닮고 싶어 하는 1순위 지도자 영국의 마거릿 대처를 두고 양쪽이 또 갈린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신뢰와 원칙의 대처 같은 철의 지도자, 다른 한편은 고집과 독단의 소통없는 대처리즘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엇갈린 평가다. 

오늘로 10일째 최장기록을 세우고 있는 ‘철도파업’은 꼭 1년 전 18대 대선의 연장선상으로 읽혀지고 있다. 여권과 청와대 주변에선 “불법파업에 흔들림 없이 대응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80년대 대처가 민영화를 놓고 광산노조와 싸움을 벌이던 것과 흡사하다”고 평가한다.

특히 철도파업과 함께 2013년도판 대자보 ‘안녕하십니까’의 단골 주제로 통하는 의료법인의 영리법인 허용과 원격의료 등을 놓고도 박 대통령과 대처의 뚝심을 동일선상에 놓으려는 시각들이 많다. 변화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인한 자원낭비를 뜻하는 경제용어 ‘지대추구(rent seeking)’도 여권과 청와대 주변의 단골용어로 등장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현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지대추구의 규제’로 규정하고, 대처의 원칙있는 뚝심과 추진력으로 돌파하려는 것은 제대로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처가 후세에 평가를 받았듯이, 시간이 흐르면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인 시각도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여권과 청와대가 대처의 한쪽면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소통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처도 1984년 광산노조 파업 당시엔 여론을 등에 업었다. 국영 광산 폐쇄를 진두지휘했던 국영석탄공사(NCBㆍNational Coal Board)는 광산 폐쇄의 정당성과 폐쇄 조건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또 계속해서 여론조사를 실시해 여론을 무기로 파업 주동자들을 고립시켰다. 대처 나름대로 소통 채널을 가동하면서 불법파업에 대응한 결과, 1년의 기나긴 파업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셈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시민단체도 진보단체를 만나야 서로 다른 생각을 들을 수 있다”며 “철도파업이나 의료 민영화 같은 문제에서도 그런 역지사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대처의 추진력을 닮는 건 좋지만 대처는 역지사지, 소통이 가능했던 지도자”이라며 “추진력만 봐서는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도 “대처는 광산노조나 포클랜드 문제 등 정책의 문제에 대해 경청했지만 최종결정은 자기가 내리고 과감하게 밀고 나갔다”며 “박 대통령은 정책이 아니라 사람과의 소통이 안 되고 있다. 정책은 결단력이 필요하지만 사람 문제는 결단력만 있으면 일방적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 정부자문 기구 관계자도 “한국 사회는 지금 지대추구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도 “기득권의 반발을 줄이고 사회 변화를 이끌기 위해선 국민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보여주고, 또 설득할 것은 설득하는 그런 소통의 노력이 밑바탕에 깔려야 하는데 최근 정부의 모습에선 이런 비전제시와 소통의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18대 대선 이후 줄곧 한국 사회의 화두로 비춰졌던 ‘비정상의 정상화’ 문제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무조정실과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이 중심이 돼 80개의 비정상 과제를 선정했지만, 과연 정부가 생각하는 ‘정상화’가 무엇이냐에 대해선 아직도 물음표라는 것이다.

한 정치 전문가는 “정상화라는 것도 결국엔 국민적인 합의가 있어야 개선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며 “소통과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비정상의 정상화’는 자칫 잘못하면 반대편의 눈에는 되레 ‘정상화의 퇴행’으로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석희ㆍ원호연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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