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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1억원 이상 기부한 ‘아너스소사이어티’...보람은 기부 그 이상.
[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 “곡예사 외줄타 듯 살다보니 사람이 나고 죽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더군요. 꼭 기부하고 죽어야겠단 생각입니다. 제겐 기부가 자손들에 물려줄 유산이죠.”

남한봉 유닉스코리아 회장에게 기부는 가장 큰 보람이고 기쁨이다. 그리고 ‘아너소사이어티 1호 회원‘이란 타이틀은 가장 큰 명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는 기부금 총액이 1억원 이상인 기부천사들이 가입할 수 있는 일종의 ‘명예의 전당’이다.

▶6년새 400명 돌파= 지난 11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의 목영준 김앤장 법률사무소 사회공헌위원장은 아너소사이어티 400번째 회원이 됐다. 2007년 12월 첫 회원인 남한봉 회장에 이은 2호 회원은 이듬해 5월에야 나왔다. 그런데 2009년 11명이 가입한 데 이어 2010년 31명, 2011년 54명, 2012년 126명씩 명단이 늘어나며 매년 2배 이상씩 회원수가 불어나고 있다. 척박한 기부문화의 토양이 점점 옥토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지난 17일까지 175명이 가입해 누적회원은 403명에 달한다. 100호 회원인 대박물산 주기영 대표(2012.3월), 200호 회원인 배우 수애(2012.12월), 300호 회원인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2013.3월) 등 회원 면면도 다양하다.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는 숨은 천사들도 63명이나 된다. 가족 1인당 각자 1억원 이상을 기부해 가족회원ㆍ일반회원으로 등록된 이들도 24가구나 된다. 특히 매년 꾸준히 기부를 이어가 누적 기부액이 19억원에 이르는 회원도 있다. 6년새 403명의 회원들이 기부한 액수만도 총 456억원에 달한다.

▶“예우는 무슨 예우”=아너소사이어트 회원들 가운데 대가를 바라는 이는 없다. 하지만 이들의 ‘기부 바이러스’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나름 이들에게 남다를 예우를 해주려 애쓴다.

정부나 민간기관에서 이웃사랑을 실천해 온 인물에 대한 표창ㆍ포상 추천을 의뢰하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을 우선 순위로 추천한다. 원하면 대중매체 인터뷰를 주선해 그들의 기부철학을 전하게끔 돕기도 한다. 매년 발간하는 ‘백서’에도 회원들에 관한 기록을 빠짐없이 넣고, 공동모금회 건물 한켠에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을 전시해둔다.

하지만 회원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는 혜택은 이같은 ‘뽐냄’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본인의 기부금을 각자의 뜻에 맞게 쓰이도록 직접 설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는 인기가 높다. 기부금을 사용을 모금회에 일임하는 회원도 있지만, 상당수는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기부금을 쓰이게끔 설계에 동참한다. 기부금 사용내역도 당연히 이들에게 알려준다. 일종의 ‘기부자 맞춤형’ 서비스다.

2010년 5월, 28호 회원이 된 류종춘씨는 장애인 대학생을 지원하고 싶다고 기탁한 1억원을 계기로 모금회는 ‘나눔고리기금’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기부자와 사회복지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장학금 대상자를 선정하고, 장학금 전달식에 기부자도 참석토록 했다. 이후 다른 기부자에게도 이 제도가 호응을 얻으면서 지금까지 113명의 장애인 대학생에게 2억3100여만원이 지원됐다.

▶이제는 유산도 기부한다=유산을 기부하는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유산 기부는 다른 기부와 달리 법률, 금융, 세무 등 전문 서비스가 필요한 계획기부 형태다. 사망 전에 기부형태, 규모, 목적 등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1969년 세제개혁법이 통과돼 활성화된 이래 유산기부, 기부연금, 기부자조언기금, 기부신탁 등으로 발전해왔다. 현재 미국은 계획기부의 약 80%가 유산기부다.

공동모금회는 은행, 법무ㆍ세무법인 등과 협약을 맺고 유산기부와 관련한 전문 서비스 체계를 마련하기 사작했고, 지난 10월에는 ‘레거시 클럽(Legacy Club)’도 발족했다. 유산기부를 이행하겠다고 서약한 회원만 현재까지 19명이나 된다. 법적 공증을 받고 유언대용신탁에 가입하는 등 법적효력을 가진 유산기부자 정회원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모금회 관계자는 “사회 지도층의 고액기부는 다른 개인들의 기부도 이끄는 역할을 한다”며 “더 많은 이들이 오랜 나눔의 전통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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