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즐기는 유학파 지도자로 첫 등장
집권초기 대내외 우호적 분위기 조성
김일성 따라하기·3차 핵실험 거쳐
張숙청으로 냉혈한 폭군 본색 드러내
은신+속도전 빨치산 전략 고스란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년 만에 사실상 탈상(脫喪)했다. 3년이라는 기간을 1년 앞당겨 새로운 ‘김정은 왕국’을 건설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김 제1위원장의 ‘권력장악 속도전’을 지킬과 하이드 식 통치술에서 찾는다. ‘선’(친근)과 ‘악’(폭력)이라는 칼을 동시에 효율적으로 쓸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은신과 속도전에 능했던 빨치산의 전략전술이 김 제1위원장의 통치술에 그대로 녹아 있다고 본다. ‘김정은 집권 2년’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와 흡사한 꼴을 보이고 있다. 권력쟁취의 주인공 김 제1위원장의 이미지도 ‘농구를 유독 좋아했던 젊은 유학파→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아바타→3차 핵실험→냉혈한 폭군’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바뀌었다.
특히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처형하는 대목은 김정은 집권 2년의 하이라이트다. 선한 이미지 속에 감춰진 ‘냉혈한 폭군’의 이미지가 드러난 계기다. 향후 김정은 체제의 바로미터가 되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김정은의 통치술은 철저하게 지킬과 하이드 박사 식 이중성을 띠고 있다”며 “자신의 권력을 위해선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지만, 한편으론 북한 인민을 위하는 선한 이미지를 지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정은이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자신의 권력체계를 갖출 수 있었던 것도 철저한 계산에 따라 이뤄진 양면적인 통치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집권 초반 개방적이고 친근한 서방형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한 것도 이 같은 양면적 통치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집권 초반 취약한 권력에 따른 철저한 계산으로 이뤄진 일종의 기만술이라는 것이다.
실제 집권 초반 30대 젊은 나이의 김 제1위원장은 군부대를 방문해 군인들의 손을 잡고 걷고, 세련된 스타일의 부인 리설주를 공개하고, 미제의 상징인 미키마우스 캐릭터와 영화 록키의 주제곡이 나오는 공연을 관람하는 등 개혁ㆍ개방 지향적인 모습의 이미지를 굳혔다.
한 대북 전문가는 “집권 초반에는 ‘은둔의 독재자’ 아버지의 이미지를 벗으면서 동시에 대외적으로 자신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된 행보”라며 “이는 집권 초반 취약한 자신의 권력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제1위원장은 한편으로는 아버지 김정일 세대 구(舊)세력의 기반을 점진적으로 약화시켜 나갔다. 특히 군부의 힘을 빼는 과정은 점진적이면서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변화를 줬다. 전문가들은 총참모장과 인민무력부장 등 군부 요직을 잦은 인사 끝에 자신의 인물로 채울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통치술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김 제1위원장이 북한 권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권력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의 정적인 장성택의 힘을 이용해 군부를 견제하면서도 어느 순간엔 두 차례 장거리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을 감행해 군부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와 맥을 같이한다.
일각에선 김 제1위원장이 지난 3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한 것도 이중적인 양동작전을 통해 군부와 반(反)군부의 힘을 적절하게 사용하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그러나 “김 제1위원장이 양면적인 이미지 통치술과 기존 세력과의 합종연횡식 공동전선으로 자신의 권력을 빠르게 키워나간 것은 맞지만, 이는 그만큼 김정은의 권력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자신의 권력이 확실하게 공고화된 후 어떤 통치술을 보일지는 불투명하다. 이것이 북한의 예측 불가능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