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TIPs) 동남아시아 3국이 내년 ‘퍼펙트스톰’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금리상승, 성장둔화, 정치적 불확실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달러 강세를 거론하면서 “이중 어떤 하나라도 작고 취약한 동남아 시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2014년에는 이 네가지가 한꺼번에 닥치는 퍼펙트스톰이 동남아에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란 2개 이상의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태풍을 일컫는 말로, 암울한 세계 경제 전망을 나타내는 용어로 쓰인다.
특히 필리핀은 지난달 발생한 태풍 하이옌의 습격에 맥을 못추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 2분기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보였지만, 하이옌 후폭풍으로 올 4분기와 내년 상반기 수익 성장이 반토막 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때문에 HSBC는 필리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6.8%에서 내년 5.8%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농업생산 감소에 따른 물가폭등도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정정 불안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태국의 경우, 최근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증시에 직격탄을 날렸다. 태국 증시에서 지난 한 주에만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3억2500만달러(약 3417억원)에 달했다. 또 정국 불안과는 별개로, 가계부채가 GDP대비 80%까지 치솟아 아시아 국가 중 최악 수준을 기록했다. 임금 상승도 정부의 소비증진 프로그램이 종료되면서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이와증권은 올해 태국 경제 성장률을 당초 3.7%에서 2.9%로 하향조정했다.
인도네시아는 내년 7월 치러지는 대선과 고질적인 경상적자가 잠재적 리스크를 고조시키고 있다. 대선과 관련해서는 민주적 정권 교체 가능성이 대두되면서도 후보간 합종연횡으로 정국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FT는 “소비주도 경제인 TIPs 국가들은 수출주도 동북아 국가들과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휘청이는 세계경제 속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 받아왔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면서 골드만삭스, BOA메릴린치 등 글로벌 투자은행이 이들 국가 주식에 ‘비중축소(underweight)’ 포지션을 취한 점을 상기시켰다.
대외적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무엇보다 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에 따른 달러 강세는 TIPs 국가 통화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올들어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23.6%, 멕시코 페소화는 7.98%, 태국 바트화는 4.7% 각각 절하됐다.
그레디트스위스 프라이빗 뱅크의 동남아 연구 대표인 석칭쿰은 “동남아 시장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 동북아 국가들보다 저조한 성적을 낼 것”이라면서 ”커다란 대외 요인이 지역 요인을 상당부분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