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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란 선임기자의 art&아트> ‘무역대국 한국’의 초라한 아트마켓…작년 거래액 4400억원
예술경영지원센터 미술시장 실태조사
국내 화랑·경매사·아트페어 등 시장규모
英베이컨 작품 3차례 거래액보다 적어
거래실적 1건도 없는 화랑도 31%나

한국 작가 글로벌 무대진출 프로젝트 등
정부 앞장서야 2차·3차 문화시장 살아나


작아도 너무 작다. 그런데 그나마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한국 미술시장 이야기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12년 국내 미술시장 규모를 4405억원으로 조사 발표했다.

센터는 ‘2012년도 미술시장 실태조사’를 통해 한국의 화랑, 경매사, 아트페어, 공공조형물사업을 아우른 전체 시장규모가 작품 거래금액 기준으로 4405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주요 유통영역별로 보면 화랑은 전년 대비 7.1% 감소한 2751억원, 아트페어는 9.5% 감소한 420억원으로 나타났다. 또 건설경기 침체로 신축건물 등의 미술품장식사업도 25.7% 줄어들었다. 반면에 미술품 경매회사의 작품판매금액은 전년 대비 9.0% 증가해 852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2차 시장인 경매가 다소 회복세를 보인 것.

조사를 담당한 예술경영지원센터 조사연구팀의 김봉수 씨는 “지속적인 국내외 경기불안 및 양도소득세 시행, 미술품 관련 사회적 사건 발생 등의 악재로 지난해 미술시장은 전년(4722억원)도 대비 6.7%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국내의 화랑과 경매사, 아트페어, 공공조형물 담당업체가 일년간 죽어라 뛰어도 영국 작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1528억원짜리 그림( ‘루시안 프로이트에 대한 연구’)을 세 차례 거래한 것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이 같은 시장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이자, 무역대국 10위권 국가치고는 너무 빈약한 수치이다. 해외시장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든 것과도 대비된다. 특히 최근 들어 창조경제가 화두인 상황에서 그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아트마켓이 지나치게 위축된 것은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해외 미술시장은 회복세에 돌입했으나 지난해 한국 미술시장은 6.7% 감소하며 4405억원에 그쳤다. 무역대국 10위권 국가치고는 너무 옹색한 규모로 분석된다. 사진은 2013한국국제아트페어 전경.

조사대상 화랑 397개 중 지난해 연간 작품판매 실적이 한 건도 없는 화랑도 124개로 전체의 31.2%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년도 대비 약 배 증가한 수치다. 또 70여개 화랑이 새로 문을 열었으나 폐업한 화랑도 50여개로 나타나는 등 중소 화랑의 경영상태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매시장에서는 서울옥션과 K옥션의 작품 판매금액이 전년 대비 44.5% 증가해 양사 합쳐 636억원으로 나타났다. 연 매출액 10억원 미만인 9개 소형 경매회사의 작품 판매금액은 전년도 280억원에서 2012년도 118억원으로 대폭 감소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공공영역에서는 신축건물에 미술품을 장식하는 ‘건축물 미술작품 설치’ 금액이 전년 대비 25.7% 감소한 6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유통영역에서 화랑(397개), 경매회사(13개), 아트페어(35개)와 공공영역에서 건축물미술작품, 미술은행, 미술관(172개)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아트마켓의 기본자료가 극히 부족한 상황에서 미술시장 운영 현황, 작품판매 및 구입 현황 등을 객관적으로 집계ㆍ분석한 자료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판매실적이 없는 화랑이 배 가까이 증가한 점은 미술시장의 심각성을 방증하며, 경매시장이 다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는 경매회사의 불황 숙련에 의한 포트폴리오 작업의 결과”라고 진단하고 “무기력증에 빠진 공공 부문 및 민간수요 확대를 위한 예술지원책이 시급하며, 미술에 대한 부정적 시각 해소를 위한 정부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올해 미술계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지난 2008년 이래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데다, 미술품 수집을 둘러싸고 세간의 시각이 너무 부정적이어서 컬렉터들은 화랑을 거의 찾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특히 더하다. 게다가 올 1월부터 시행된 6000만원 이상 미술품 거래시 양도세 부과, 부동산 경기침체 등의 악재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어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게다가 국내 수집가들이 한국작가 작품보다는 외국작가 작품을 더욱 선호하는 것도 문제다. 화랑들이 외국작가 작품전에 열을 올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의 전업작가들은 물감 살 돈도 없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래서야 문화융성 국가라 할 수 없다.

따라서 미술품이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들고, 새로운 수집가층이 형성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한 가정 한 그림 걸기’, ‘기업과 미술가 협업프로그램’ ‘한국 작가의 글로벌 무대 진출’ 프로젝트를 서둘러야 할 때다. 특히 작가들이 신작을 발표하는 ‘화랑에서의 전시’가 활성화돼야 한다. 그래야 2차, 3차 시장도 살아난다. 이를 위해선 기업이 미술품 구입 시 손비처리 상한을 현재의 500만원에서 2000만원대로 높이는 등 공공과 기업의 수요를 확대하는 게 급선무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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