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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조폭인데…” 고의 교통사고 후 거액 갈취한 일당 검거
[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김모(34) 씨는 지난 5월 서울 영동대교 북단에서 차선변경을 시도하다 접촉사고를 냈다. 진로변경금지장소에서 끼어들기를 하다 낸 사고라 김 씨는 자신의 과실을 순순히 인정하려 했다. 하지만 순간 상대방 차량에서 내린 운전자와 동승자들을 보는 순간 김 씨의 몸은 그 자리에서 굳을 수 밖에 없었다. 온몸에 문신을 한 상대 차량의 일행은 욕설과 함께 김 씨에게 보험접수를 하라고 윽박질렀다.

상대방측은 이어 현장에 출동한 보험사 직원에게 “우리가 구리 쪽 조폭(조직폭력배)인데 당신 하나 없애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며 실제 피해 금액보다 보험금을 높게 책정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후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 등)로 A (27)씨 등 3명을 구속하고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9월까지 사고 보험금이 많이 나오는 고급 외제차를 중고로 구입해 차선 변경을 하는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는 수법으로 32차례에 걸쳐 10개 보험사로부터 총 4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A 씨 등은 서울 영동대교 북단과 동부간선도로 일부 구간의 ‘진로변경금지장소’에서 차선 변경을 시도하는 차량을 노렸으며 교통이 혼잡한 출ㆍ퇴근 시간에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사고를 낸 뒤 상의를 벗고 몸의 문신을 보여주는 등 상대 차량 운전자에게 겁을 주고 현장에서 바로 보험접수를 하게 했다.

조사를 나온 보험사 담당 직원에게도 보험금을 실제 금액보다 높게 책정하도록 협박을 하기도 했다.

한편 일당들은 보험금을 빨리 받아내기 위해 차량 수리 후 비용을 계산하는 대신 현금으로 직접 보상받는 ‘미수선 수리비’ 제도를 활용, 외제차 서비스센터 직원들에게 고가의 수리비 견적서를 끊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보험금으로 받은 5만원권 다발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과시용으로 올리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구리의 한 중학교 선후배들로 구성된 이들은 온몸에 문신을 하고 ‘형님’이라고 칭하는 등 위계질서를 갖추고 있지만 뚜렷한 조직을 갖추지 않은 ‘토착폭력배’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비슷한 수법의 보험 사기 피해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단속을 확대할 방침이다.

tiger@heraldcorp.com

[사진=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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