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옵션거래에서 단 한번의 주문실수로 한맥투자증권이 파산 위기에 몰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한국거래소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규모 미체결주문을 일괄적으로 취소할 수 있는 ‘킬 스위치’ 제도를 조기 도입하고 과다호가 접수제한제도를 앞당겨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한맥투자증권의 주문실수에 따른 결제대금 570억원을 대신 충당한 거래소가 한맥투자증권을 상대로 이미 구상권을 청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거래소는 16일 한맥투자증권 전산사고와 관련, 지난 9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알고리즘거래 위험관리 강화 방안에 대해 증권사의 시행 내용을 정밀 조사, 미흡한 점과 보완해야 할 내용을 점검키로 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가 지난 7월 발표한 알고리즘 거래 위험관리 강화 방안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한맥투자증권의 주문 사고가 나와 당황스럽다”며 “시행중인 파생상품 시장 업무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 내용에 대한 점검을 통해 미흡한 부문이나 보완할 내용은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올 초 KB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에서 파생상품 주문 사고가 발생하자 지난 7월 관련 업무규정과 시행세칙을 개정해 ‘알고리즘거래 위험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알고리즘 거래계좌의 사전 신고를 의무화했고 하루 100만원의 과다호가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거래소는 또 당초 내년 2월에 도입하는 차세대 매매체결시스템인 ‘엑스추어플러스(EXTURE PLUS)’ 시스템 오픈에 맞춰 전 증권사의 ‘킬 스위치’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었다. ‘킬 스위치’란 주문 착오시 해당계좌에서 제출한 모든 호가를 한꺼번에 취소하고 추가적인 호가 접수를 차단하는 일괄 취소기능을 말한다. 현재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킬 스위치’를 도입하고 있지만 소형 증권사들은 내년 2월까지 도입하기로 돼 있었다.

거래소는 이번 주문 사고를 계기로 ‘킬 스위치’ 제도를 조기 도입하는 방안과 과다호가 접수제한제도를 앞당겨 시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과다호가 접수제한은 알고리즘 거래자의 호가폭주로 거래소의 시스템 장애 또는 지연이 우려되는 경우 과다호가 접수거부 등 알고리즘 계좌의 사고 발생전후에 시행하는 단계적 위험관리 제도다.

한편 거래소는 지난 13일 한맥투자증권이 전날 발생한 주문실수로 납입해야하는 결제대금 584억원 중 미납한 570억6000만원을 결제적립금으로 대신충당함과 동시에 한맥투자증권에 구상권을 청구했다. 이에 한맥투자증권은 내부직원 실수에 따른 전산사고라는 점을 인정하고 당국에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