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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임앞둔 버냉키 ‘마지막 미션’ 임파서블?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그동안 경제지표 호조시 양적완화 축소를 공언해왔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를 유지시키면서 막 살아난 성장의 불씨를 꺼뜨려서는 안되는 ‘마지막 미션’의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오는 17~18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버냉키 의장이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이라는 ‘결자해지’의 용단을 보일지 세계의 눈이 다시 한번 버냉키에 쏠리고 있다.

▶‘결자해지’ 버냉키?=양적완화 축소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달 발표된 ISM제조업지수, 비농가취업자수 및 실업률, 소매판매 등 경제 지표는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버냉키 의장이 지난 6월 FOMC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적완화 축소 시점으로 언급했던 7% 실업률은 이미 11월에 달성했다. 미국 11월 실업률은 전월보다 0.3%포인트 하락한 7.0%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 의회가 지난주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타결해 ‘2차 셧다운’ 우려가 해소된 것도 Fed의 테이퍼링 부담감을 덜어줬다.

이에 따라 12월 테이퍼링을 점치는 시장 전문가들도 늘고 있다. 16일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12월 Fed가 출구전략을 단행할 확률은 기존 17%에서 47%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하지만 Fed의 출구 길목에 금리상승이라는 새 뇌관이 부상하고 있다. 마켓워치는 “Fed가 월 85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을 축소하는 데 지극히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경제지표보다 장기금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13일 2.88%을 기록해 상승 추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 2% 아래에서 거래됐던 것에 비하면 큰 폭의 상승이다. 투자자들은 Fed가 자산매입을 줄일 경우 장기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마크 거틀러 뉴욕대 이코노미스트는 “Fed 정책자들이 최근 장기물 금리 상승에 부담을 내비치고 있다”면서 “경기회복 속도에 비해 금리 상승이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Fed가 기준금리 인상시기로 제시한 에번스룰(실업률 6.5%ㆍ물가 2.5%)을 수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Fed는 금리 인상 시점을 2015년으로 잡고 있지만, 현재의 고용 회복 속도라면 실업률 목표치 6.5%는 내년 3분기 중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관심은 Fed가 조기 금리인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실업률 목표치를 6.5%에서 6.0%로 하향조정하는 강수를 둘지에 모아지고 있다.

▶버냉키의 유산 엇갈린 평가=2005년 10월 ‘세계 경제 대통령’ 권좌에 앉은 버냉키는 내년 1월로 8년 간의 임기를 마감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버냉키 의장의 재임기간을 집중조명하면서 “버냉키 유산의 평가는 ‘위기 책임론’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함께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버냉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교수는 FT에 “(버냉키의) 통화 정책은 경제 회복에 대단한 기여를 했다”고 극찬했다. 그는 “(이번 위기가) 과거 미국 경제위기와 비교해 초기 경기 하락이 컸던 점을 고려하면 Fed의 경기 부양 노력은 큰 효과를 봤다”면서 “Fed에 높은 점수를 준다”고 말했다.

반면 존스홉킨스대의 로렌스 볼 교수는 “위기 이후 대응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Fed가 수십억 달러를 풀면서 규모를 키웠지만, 완전 고용을 회복시키는 면에서 매우 부적합한 정책을 폈다”고 평가절하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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