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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계가 황당해하는 김씨왕조 ‘백두혈통’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40년 권력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하루 아침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세계가 다시 한 번 ‘김씨왕조' ‘백두혈통’의 잔임함에 놀랐다. 북한의 사상적 기반인 ‘주체사상’ 위에 앉아서 북한 사회를 좌지우지 할 수 유일한 주체가 ‘백두혈통’인 셈이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는 다른 북한만의 21세기판 혈통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장성택에 대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의 판결문은 “세월은 흐르고 새대가 열백번 바뀌어도 변할 수도 바뀔 수도 없는 것이 백두의 혈통”이라며 “백두의 혈통과 일개인을 대치시키는 자들을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의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장성택 처형이 정당하다”는 북한의 여론전에서도 ‘백두혈통’은 빠지지 않는다. 장성택 처형 후 이튼날인 지난 1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정론에서 ”이 하늘에선 수령의 피가 아닌 다른 피를 가진 인간은 숨 쉴 공기도 없고 설 땅도 없다”고 밝혀 ‘김씨왕조’ 이외의 다른 유력자는 존재할 수 없음을 명시했다.

이처럼 백두혈통의 순혈주의를 강조하면서 이를 정치적 억압 도구로 삼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는 평가다. 사회주의 기치를 내걸었던 구(舊) 소련이나 중국, 쿠바 등이 모두 한 때 무자지한 폭압정치로 경쟁자를 제압하기는 했지만 이는 때론 노선의 갈림으로, 때론 자신의 권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 였다. 북한 처럼 대를 이어가는 순혈주의에 의한 폭압정치는 없었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에대해 “북한에서 3대세습이 가능한 것도 주체사상에서 비롯된 백두혈통 때문”이라며 “백두혈통은 북한이 사회주의 독재체제의 변형이라는 점을 잘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간판을 내걸면서도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등 3대로 이어지는 백두혈통이 북한사회의 모순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대북 전문가들도 장성택이 40여년간 2인자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김경희와의 결혼을 통해 백두혈통의 변두리나마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의 이해하기 힘든 수령관 역시 백두혈통과 맞닿아 있다. 북한은 초창기 여타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마르크스와 레닌, 심지어 김일성의 경쟁자였던 박헌영 조차 한때나마 ‘수령’이라고 불렀지만 김일성의 유일 영도체계가 확립된 이후에는 백두혈통에게만 ‘수령’ 칭호를 허용하고 있다.

북한의 백두혈통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만으로 그치지도 않는다. 북한은 김일성의 부모 김형직과 강반석을 ‘민족해방운동의 탁월한 지도자’와 ‘조선의 어머니’로 우상화하며 백두혈통 계보에 포함시키고 있다.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과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이 ‘백두혈통’ 다음으로 강조하는 ‘빨치산 혈통’도 백두혈통의 유일성을 강조하기 위한 도구다. 이번 장성택 처형 후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국태 노동당 검열위원장이 부각된 것은 이들이 모두 ‘백두혈통 김일성’에 충성을 다했던 빨치산 혈통의 2세들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전무후무한 통치형태가 봉건시대였던 조선의 ‘용비어천가’를 꼭 빼닮은 셈이다.

문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통치행태와 언행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김정은이 백두혈통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게다가 ‘백두혈통’이 권력 강화의 도구로 사용될 때는 어김없이 무자비한 폭력이 휘둘러질 게 뻔하다는 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백두혈통은 김정은 유일 영도체계 구축에 있어서 중요한 기제”라며 “김정은 수령제 확립을 위해 백두혈통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도 “단시간 내에 최고지도자가 된 김정은이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권력 정통성 근거가 백두혈통”이라며 “충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백두혈통을 한층 더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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