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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활용품 모아 4년간 1800여만원 기부한 구청 청소원들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구청 건물을 청소하는 위생원들이 4년간 재활용품을 모아 1885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놔 세밑 혹한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중구의 김용화<사진> 위생원실 반장 등 9명이다. 김 반장을 포함 5명은 중구 소속 정식 공무원이고 김명순씨 등 4명은 한 달 120시간 일해 80만원 정도를 버는 3개월짜리 공공근로자들이다.

이 일에 앞장선 사람이 김용화 반장이다. 1992년 기능직 9급 공무원으로 들어와 오전 6시 7분이면 어김없이 출근, 구청 본관 3층의 바닥청소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청소기를 돌리고 나면 화장실을 돌아보며 점검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김 반장을 비롯해 위생원들은 구청 광장, 화장실, 복도, 계단 청소와 청사 내벽 먼지 및 얼룩 제거 등 기본 업무를 마친 다음에 나머지 시간을 쪼개 재활용 작업을 벌였다. 재활용품을 처분해 버는 돈이 한 달에 약 10여만원.

이 돈은 위생원들의 간식비로 쓰였다. 위생원들에게 주어지는 작은 복지 혜택이었다.

김 반장은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재활용 작업을 통해 대기실에서 마실 커피 정도는 살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는 일반 쓰레기통도 재활용품 분류를 하기 시작했다. 재활용품 시세가 높아지면서 잘만하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에서다. 처음엔 위생원들의 반발도 있었다. 기존 업무에 일이 더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반장은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돈도 더 벌고 예산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위생원들은 구청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쏟아놓고 안에 담긴 병과 캔, 플라스틱을 분리했다. 각 부서에서 1차 분리한 재활용품 마대에 일부 섞여있는 병, 캔, 알루미늄, 플라스틱, 종이 등도 다시 재분류했다.

여유가 생긴 종량제봉투에 일반쓰레기를 꾹꾹 눌러 담았다. 이런 작업으로 연간 700여만원인 중구청의 종량제쓰레기 봉투 구입비용이 크게 줄었다. 반면 한 달에 1t도 안 되던 재활용 분리수거가 2t가량으로 증가했다. 굳이 안 해도 되는 쓰레기 재분리 수거작업을 통해 1석2조의 효과를 얻은 것.

재활용을 처리하면서 들어오는 돈이 월 30만원이 넘기 시작했고, 김 반장과 동료들은 이 돈을 은행 계좌에 차곡차곡 모았다. 그렇게 2011년까지 2년 동안 800만원이 모아졌다.

땀흘려 모은 돈이라 연말에 나눠 가질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 돈을 주자”는 김 반장의 말에 다른 위생원들도 선뜻 동참했다.

이들은 지난 2011년 12월 따뜻한 겨울 보내기 모금 행사때 이 800만원을 기탁했다. 그리고 다시 1년동안 모은 585만원을 2012년 12월20일 모금 행사때 냈다.

올해는 재활용품 가격이 폭락해 예전보다 더 열심히 했지만 제값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모은 500만원도 지난 4일 모금 행사때 아낌없이 기탁했다. 이렇게 4년간 기탁한 금액만 1885만원에 이른다.

김용화 반장은 “가끔 민원인들이 청소한다고 우리를 무시하고 욕할 때는 서럽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보다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작은 돈이지만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일할 때 느끼는 설움은 잊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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