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창조의 힘 · 가치, 시장 기득권 추월때 ‘글로벌 벤처’ 나온다”
환율불안 · 투자감소…안팎 ‘이중고’ 한국경제 활로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대표
변화하는 만큼 차별화한 만큼 성공한다
대기업과 연계 상생시스템 구축 필요
새시대 CEO모델은 보스형 아닌 ‘리더형’

강태진 서울대 교수
美, 가벼운 창업 · 창업 플랫폼간 협업활발
대기업 사내유보금 벤처캐피털 투자해야
벤처육성 - 제조업 혁신역량 강화도 시급


             황철주                                강태진 
   주성엔지니어링대표              서울대 교수
‘엔저ㆍ원고’ 위기를 알리는 공습경보가 요란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2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달러에 대한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엔/달러 환율은 엔저 여파로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세계 경제의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환율 불안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원동력마저 잃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더해 정치권이 규제 일로의 정책으로 각 경제주체를 쥐락펴락하는 사이 기업들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고 ‘안전경영’의 늪에 빠졌다. 최근 산업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IFRS) 별도기준 재벌총수가 있는 10대 그룹 81개 제조업 상장사의 유동자산이 9월 말 현재 252조3956억원으로 2년 전보다 14.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가 ‘환율시장의 불확실성 증대’라는 대외 악재와 ‘기업의 투자감소’라는 대내 악재의 이중 파고 속에서 글로벌 경제전쟁 시대를 헤쳐나갈 혁신동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이에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는 지난 13일 서울 구로동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구로호텔에서 ‘제2회 헤럴드 창조경제포럼’을 열고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의 새로운 활로로 ‘글로벌 벤처기업 육성과 혁신경영’을 제시했다.

‘한국 벤처의 산 역사’로 불리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글로벌 강소기업의 성공전략’ 강연을 통해 “변화하는 만큼 성장하고 차별화한 만큼 성공한다”며 “창조의 힘과 가치가 ‘시장의 기득권’을 앞설 때 벤처가 성공한다.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개별 벤처기업 창조의 속도가 시장의 속도를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조의 속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늘 시장의 변화속도에 따라잡히곤 하는데, 대기업과 신생 벤처기업의 동반성장 시스템을 활성화해 다방면에서 연구ㆍ개발(R&D)이 일어나게 함으로써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황 대표는 “1994년 혈혈단신으로 반도체 장치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한국에서 만든 나사 한 개조차도 반도체 공정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업계에 팽배했다”며 “1995년부터 2012년까지 4400억원가량의 R&D비용을 투자해 약 20년 동안 8개의 세계 최초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자국 기업ㆍ기술력에 대한 신뢰, 그리고 동반성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과거 한국시장에 대한 아쉬움과 ‘그럼에도 혁신에 집중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돌파전략을 생생한 체험담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황 대표는 이어 “현재 주성엔지니어링의 시가총액이 그동안 연구ㆍ개발에 쏟아부은 44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R&D에 들어간 돈보다 시가총액이 적다는 것은 아직 대한민국이 ‘창조의 가치’보다 ‘시장의 기득권’이 더 강하게 적용되고 있는 나라라는 방증이다. 이 틀을 바꿔야 창조경제가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구로동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구로 호텔에서 지난 13일 열린 ‘제2회 헤럴드 창조경제포럼’ 모습. 이 자리에서는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의 새로운 활로로 ‘글로벌 벤처기업 육성과 혁신경영’ 이 제시됐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벤처기업의 혁신과 성공을 위한 최고경영자(CEO)의 올바른 자세에 대한 진단도 내려졌다.

황 대표는 “과거 추격자형 경제성장 모델을 통해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한 주역은 99%의 지식과 99%의 모방을 통해 기업을 운영해온 ‘보스(Boss)’형 경영자들이었다”며 “하지만 아무리 가짜 명품을 99% 완벽하게 만들어도 마지막 1%의 디테일함을 더하지 못하면 진짜 명품이 될 수 없다. 99%의 지식을 가진 보스가 아니라 마지막 1%의 변화와 디테일을 더해주는 ‘리더(Leader)’형 CEO가 새로운 시대의 경영자 모델”이라고 말했다.

강태진 서울대 교수는 이어진 ‘벤처와 혁신을 통한 창조경제 실현 방안’이라는 주제강연에서 ▷글로벌 벤처기업 육성과 제조업의 혁신역량 강화 ▷실질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시스템 구축 ▷가벼운 창업을 위한 플랫폼 구축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사라지는 메시징’ 서비스인 Snapchat이 벤치마크에서 1350만달러의 벤처캐피털을 투자, 1년 사이에 40배가 넘게 가치를 불렸다. 이처럼 벤처캐피털 투자 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식 혁신경제 시스템’을 우리 경제에 이식하기 위한 방법을 내놓은 것이다.

강 교수는 “미국의 혁신경제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가벼운 창업(Lean Startup)’과 창업 플랫폼 간의 협업이 활성화돼 있기 때문”이라며 “혁신 아이디어를 평가에서 제품화까지 수행해주는 ‘Quirky’, 첨단 제조설비를 갖추어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TechSHOP’, 전 세계 과학자와 전문가의 인적 네트워크로 기업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는 ‘INNOCENTIVE’ 등 창업자가 손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창업 플랫폼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벤처기업은 혁신에 강하고 대기업은 사업을 성장시키는 강점이 있다”며 “대기업의 막대한 사내유보금 일부를 벤처캐피털로 투자, 연구벤처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중점 육성해야 한다는 세간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가 제조업 육성에 4500억달러를 투입키로 한 것은 제조업 일자리 100만개가 생겨날 때 관련 서비스업에서 2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겨나기 때문”이라며 “제조업 혁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또 “모험적인 기업가 정신과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며 “선진국에서는 이미 컴퓨터 게임을 예술로 정의하고 게임으로 학습시키고 있다. 게임과 문화 콘텐츠를 긍정적 산업 프로젝트로 적극 개발해 디지털문화교육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이영만 (주)헤럴드 대표이사와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설문식 충청북도 경제부지사를 비롯해 이영재 G(구로 디지털)밸리 경영자협의회 회장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