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창업자 출신 임원들, 국내와는 무엇이 다른가
고액 연봉 포기…직원과의 동반성장 선언신흥 IT갑부 ‘연봉 1달러 클럽’ 잇단 합류
상위 10개 기업 CEO 총 보수액 47억弗
주식 · 배당금 만으로도 막대한 부 소유
전용기 · 배우자 여행비 등 다양한 혜택도
‘살찐 고양이(fat cat)는 싫다?’
미국 기업 임원진 중 ‘연봉 1달러’를 받는 최고경영자(CEO)가 늘고 있다. 이른바 ‘연봉 1달러 클럽(The One-Dollar Club)’ 회원들이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신흥 IT갑부를 중심으로 ‘연봉 1달러 CEO’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임원은 보수 측면에서 국내와 급이 다르다. 규모가 억(億) 단위가 아닌 조(兆) 단위다. 기본급에 보너스, 스톡옵션 등 주식 보상까지 합하니 보수가 천문학적 규모로 치솟는다. ‘살찐 고양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1928년 저널리스트 프랭크 켄트가 출간한 ‘정치적 행태(Political Behavior)’에서 유래한 ‘살찐 고양이’는 기업을 파산으로 몰아넣고도 퇴직금까지 챙겨 자기 잇속을 채우는 ‘배부른 자본가’의 표상으로 쓰인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탐욕스런 은행가를 비꼬는 말로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미국 기업의 일부 경영진은 ‘살찐 고양이’를 거부하며 직원과의 동반성장을 상징하는 ‘연봉 1달러’를 선언하고 있다.
▶‘연봉 1달러 클럽’ 증가 추세=‘연봉 1달러 신화’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산 직전의 크라이슬러에 새로 영입된 리 아이어코카 CEO가 “연봉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한 것이 그 시작이다. 아이어코카는 직원 연봉을 5%씩 삭감하는 등 대대적 구조개혁 단행해 3년 만에 크라이슬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놨다.
이후 포드 자동차의 빌 포드,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 공동설립자 래리 페이지ㆍ세르게인 브린ㆍ에릭 슈미트, 야후의 제리 양,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등이 가세했다. 지난 4월에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가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위기에 처한 회사의 고통분담 차원에서, 혹은 자신의 고액 연봉을 직원에게 돌림으로써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다목적 카드로 활용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이 고액 연봉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주식과 배당소득만으로 막대한 부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 전 CEO는 2011년 사망 직전까지 연봉 1달러를 받았지만, 당시 순자산은 70억달러(약 7조3700억원)에 달했다.
▶억! 소리나는 美 CEO 보수=페이스북의 저커버그는 ‘1달러 클럽’ 가입하기 전인 지난해 미국 상장기업 CEO 보수 순위 1위에 등극했다. 기업 지배구조 평가기관 GMI의 ‘2012년 CEO 보수 조사’에 따르면, 저커버그의 작년 보수는 기업공개(IPO) 당시 행사한 스톡옵션 6000만주 등을 포함해 총 22억7870만달러(약 2조3972억원)로 집계됐다.
2위에는 최대 천연가스관업체 킨더모간의 리처드 킨더가 꼽혔다. 킨더의 보수는 11억1700만달러(약 1조1751억원)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는 위성 라디오 방송사 시리우스XM라디오의 멜 카마진(2억5500만달러ㆍ약 2685억원)과 리버티미디어의 그레고리 마페이(2억5400만달러ㆍ약 2674억원)가 각각 3위와 4위에 올랐다. 애플의 팀쿡은 1억4380만달러(약 1515억원)로 5위에 그쳤다.
GMI는 “상위 10개 기업 CEO들의 총 보수액은 증시 호황에 힘입어 전년대비 8.5% 증가한 47억달러(4조9444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해외 임원 보수 어떻게 책정되나=미국과 영국 등 서방 기업 임원진의 보수는 단기 인센티브와 장기 인센티브로 구성된다. 단기 인센티브에는 급여와 연간 보너스, 각종 혜택과 특전이 포함되고, 장기 인센티브에는 스톡옵션과 양도제한조건부주식 등이 들어간다.
임원진이 누리는 혜택에는 운전기사가 달린 차량과 전용기, 그리고 주택 확보를 위한 무이자 대출 등이 있다. 또 미국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20%는 출장 중 배우자를 동반할 경우 배우자의 여행 경비를 대주기도 한다. 합리적인 보수 책정을 위해 임원진 보수는 이사회 산하 ‘보상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