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2013년 증시도 저물어 가면서 올 한해 부진했던 재테크 성적표를 만회하기 위한 개미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윈도 드레싱(Window Dressing)’ 투자를 히든카드로 꺼내든 이들이 적지 않다.
통상 연말의 주식투자는 결산 배당금을 노리는 ‘배당주 투자’와 ‘윈도 드레싱 투자’로 양분된다. 배당주가 무난하고 안정적인 투자라면 윈도 드레싱은 아주 짧은 타이밍에 수익을 노리는 변칙적인 방법에 가깝다.
윈도 드레싱은 운용사와 자문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운용하는 펀드의 결산을 앞두고 투자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특정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거나 파는 현상을 일컫는다. 펀드매니저들이 수익률이 좋은 종목을 추가로 매수하고, 손실을 보고 있는 종목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전체 평균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선택하곤 한다. 이는 펀드매니저들이 연말 연봉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특히 당해 수익률이 좋았던 일부 대형주의 경우 기관의 윈도 드레싱이 집중되면서 연말 주가가 급상승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목격돼 왔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윈도 드레싱에 대한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조선과 화학 등 하반기에 성과가 좋았던 주도주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윈도 드레싱 효과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어렵지 않다. 윈도 드레싱 효과가 기대되는 주식을 연말이 가까워질쯤 미리 매수해 뒀다가 기관과 외국인에 의해 해당 종목의 매수량이 크게 증가할 때 매도해 차익을 얻는 것이다.
올해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코스피200종목은 단연 NAVER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종가기준으로 연초보다 주가가 무려 214.54% 상승했다. 그 뒤를 호텔신라(52.9%)가 차지했고 KCC와 SK텔레콤이 각각 50%, 48.52%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최근 5년간 유가증권시장 통계에서 마지막 10거래일 동안 상위 대형주들은 윈도드레싱 효과로 평균 2% 가량 오른 바 있다.
전문가들은 윈도 드레싱 투자에 앞서 기관이 자체적으로 많은 수량을 갖고 있는 주식을 확인하고, 펀드가 주로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의 거래량과 매도 및 매수 주체, 시세 변동 등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남지점의 한 PB(프라이빗뱅커)는 “목표 수익률을 높게 잡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특정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피하고 예상과 달리 사 놓은 윈도 드레싱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의할 점도 있다. 한국에서 윈도 드레싱 자체는 일종의 관행 정도로 간주되지만 미국에서는 주가 조작을 위한 불법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