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대표 안전자산 금
美경제 회복에 투자매력 떨어져
‘Fed 12월 테이퍼링설’ 악재
내년 2월물 가격 1224弗 거래
올들어 27% 급락…비관론 확산
장기간 초완화 기조를 유지해왔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출구에 한 발짝 다가가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금 값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 우려와 함께 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자 불황기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의 투자매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내년 2월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32.30달러(2.6%) 급락한 트로이온스당 1224.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월 1일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다.
올 들어 27.43% 폭락한 금의 추락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지난 2000년 이래 13년 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을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금값은 지난 1981년 트로이온스당 40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33% 폭락해 연간기준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같은 금값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이 기록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 시장의 시황을 가늠할 수 있는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이달 들어 금 보유량이 17톤이나 급감하자 금의 ‘슈퍼사이클’이 끝나고 있다는 비관론이 확산되는 추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같은 금값 하락에 대해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Fed가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을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데 따른 것”으로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금융시장에선 미국 경제 지표 호조와 정치권의 내년 예산안 합의 소식에 ‘12월 테이퍼링’설이 힘을 받고 있다.
HSBC의 제임스 스틸 귀금속 애널리스트는 “테이퍼링이 12월에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동안 시장에서 금을 집중 매입해왔던 ‘큰 손’ 중국과 인도에서 수요가 주춤해진 것도 금값 하락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올해 수입관세 인상을 추진해오고 있는 인도에선 4분기 금 수입이 전년동기 대비 70%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탠다드은행의 월터 드 웨트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도 11월부터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며 “당분간 금값 하향 추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