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식ㆍ하남현 기자] 법인약국 설립의 물꼬가 터진다. 기존 소규모 ‘1약사 1약국’ 체제가 깨지고 기업형 약국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을지병원, 길병원 등 의료법인들은 대학병원과 마찬가지로 자법인(子法人)을 설립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 해외 어학연수 대신 외국인학교나 외국어고등학교 등 국내 학교에서 개최하는 어학캠프를 수강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1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4차 투자 활성화대책’을 보고했다.

▶의료법인, 숙박업ㆍ여행업 자회사 설립 가능= 이번 대책의 핵심은 병원, 약국에 씌워진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 의료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정부는 우선 약사들이 유한책임을 지는 ‘유한책임회사’ 형태의 법인약국을 허용키로 했다. 이미 지난 2002년 법인약국을 금지한 약사법 제20조 규정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약사들의 반발을 이유로 후속 법안 도입이 미뤄져왔다. 이에 정부는 약사만이 지분 투자를 하도록 제한하는 형태로 다시 법인약국 도입을 추진한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기존 약국업의 전근대적 소유 경영형태를 개선해 산업으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면서 수요자들에게도 약국에 대한 이용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대학병원에만 허용했던 의료기관의 부대목적사업 자법인 설립을 성실공익법인인 의료법인에도 적용키로 한 점도 눈에 띈다. 현재 1120개 병원을 운영하는 848개 의료법인이 대상으로 길병원, 분당차병원, 을지병원 등이 포함된다. 반면 삼성의료원과 현대아산병원 등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어서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된다.

의료인 교육, 산후조리, 장례식장 보조사업만 가능했던 의료기관의 부대사업범위는 숙박업, 여행업, 외국인환자유치업 등으로 대폭 확대된다. 특히 해외진출 목적 자법인 설립을 허용해 대형 병원들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국내 상급병원 외국인 병상비율 규제(현행 5%)를 1인실에 한해 해제해 외국인 환자 유치를 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국내 병상이 2000개에서 4500개로 늘어난다.

의료법인간 합병을 허용해 부실 의료기관이 우량 병원과 통합할 수 있도록 한 방안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특목고ㆍ외국인학교에서 어학연수 = 정부는 우수 외국기관 유치 및 연 40억달러에 달하는 유학수지 적자 축소를 위한 교육분야 규제 개선에도 나섰다. 이르면 내년 여름방학부터 일선 초ㆍ중ㆍ고ㆍ대학교가 국가, 지자체, 교육청 등과 약정(MOU)을 맺고 영어캠프를 열 수 있다. 단기 해외연수 수요를 잡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국제학교나 외국인학교,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 등 영어교육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100여 개 학교에서 우선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인천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 8곳과 제주특별자치도에 설립 허가된 외국교육기관이 국내 학교법인과 합작이 가능토록 했다. 송도에 진출한 뉴욕주립대 등이 국내 대학과 손잡고 분교를 설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영리법인인 제주국제학교가 학교 운영으로 발생한 잉여금을 배당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그간 영리학교 도입 취지에 맞지않게 배당을 허용하지 않아 외국학교의 국내유치에 걸림돌이 돼왔다”며 “대신 배당 허용에 따른 과도한 등록금 인상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물 재활용해 1조3000억 투자 유발= 이번 대책에는 부산물 재활용으로 요약되는 ‘현장대기 프로젝트 가동지원’도 담겨있다. 이를 통해 약 1조3000억원의 투자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우선 광양-여수산단 사이에 3.8㎞의 부생가스 교환용 해저터널을 구축하기로 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서 나오는 수소와 일산화탄소 등 부생가스를 여수 석유화학산업단지 내 기업들로 보내 고가의 석유 기반 원료의 일부를 대체하는 것이다.

발전소나 산업단지의 잠재ㆍ잉여열 활용사업도 추진한다. 수도권 광역 열배관망을 건설해 수도권 서부지역 제철소, 매립지 등에서 생산되는 열에너지를 지역난방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또 발전소의 온배수 폐열을 인근지역 원예단지나 양식장에 공급하는 사업을 지원해 부지 확보 등이 가능한 지역에 대해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이 밖에 석유화학공장 폐열 발전사업, 제지업체서 발생되는 폐열을 지역난방업체에 공급하는 사업도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