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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기업인들로부터 점 용하다는 소릴 듣는 컴퓨터공학도 고진석씨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사주는 미신이야’ ‘사주는 과학이라고’.

사주를 보는 시각은 극단을 달린다. 미신이라 치부하면서도 귀 기울이고, 첨단과학의 시대에도 젊은이들은 여전히 점술에 의존한다. 왜 일까.

컴퓨터공학도이자 IT전문가인 고진석(43) 씨가 펴낸 ‘나는 왜 이렇게 사는가’(웅진서가)는 과학과 논리의 눈으로 본 있는 그대로의 사주명리학이다.

‘공학자가 대체 뭘’이란 편견은 목차만 봐도 사라진다. 사주에 담긴 인간의 심리와 진화, 양자역학, 수를 통한 우주에 대한 이해 등 얕지 않은 글이 술술 전개된다. 음양오행과 천간ㆍ십이지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오행의 기운은 인간을 어떻게 만드는지, 인생에 적용되는 상생과 상극의 원리 등 역사적 고찰도 만만치 않다. 책에는 점보는 기술 등 현역 역술가들이 경칠 비법도 들어있다. 점집만 차리지 않았지 그는 30여년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이 책을 쓴 이유로 “사주명리학을 논리적으로 최대한 냉혹한 잣대로 잘라서 ‘이게 뭔가’ 확실하게 오해없이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의 사주론은 냉정하다. 그는 “사주가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헛소리일 뿐이다. 사주는 보는 사람마다 말이 다 다르기 때문에 주관오류 그 자체다. 역술가들은 일관된 논리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공부해 보면 모호하기 그지없다”고 일갈한다. 하지만 그는 그쯤에서 선회한다. 그렇다고 “수천년 동안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잡았던 음양오행을 잡술이라고 폄하할 수 없으며, 그 세월 자체가 ‘가치’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사주는 수천년간 우리의 집단무의식을 프로그래밍한 것”이다.

고진석.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음과 양, 오행에 따라 자연을 이해하며 인간 역시 자연의 법칙을 따른다는 바탕에서 인간의 특정한 시점을 이해하고 미래를 알고자 했던 오랜 경험과 기억의 산물이란 얘기다. 그는 이를 ‘체질적 가능성’이라고 말한다. 가령 “ ‘너는 용띠 날에 태어났구나. 용이니까 화려할 거야’라고 의식하며 상대를 보는 순간 옷차림이 화사해도 그 사람 자체가 굉장히 화려해 보일 수 있죠. 수천년간 이런 암시가 작용됐다면 인간의 인식도 상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았을까요?”

그는 이를 어떤 경험이나 상징, 이미지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고자 하는 진화과정으로도 설명한다. 사람들이 사주를 무시하면서도 내 사주는 궁금해하는 것 역시 원초적이다. 내가 생겨난 시점, 그 사건에 대한 근원적인 호기심과 타인으로부터 규정받고 싶은 심리는 자연스럽다.

사주가 ‘나는 왜 이렇게 사는가’에 대한 관심이라면, 주역은 변화의 욕구다.

그는 “주역의 좋은 점은 암호와 같은 말들을 보면서 자기가 미처 생각하지 않은 것들을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한다.

동전을 던져 주역의 괘를 읽어내는 건 현재를 변화시키려는 적극적인 의지라는 것이다. “멈춰 있거나 보존하려는 것은 성공할 수 없어요. 변화를 긍정하고 생하게 해주는 게 바로 주역이에요.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점을 많이 보잖아요. 돈을 벌겠다는 뜨거운 욕망이 있는 거죠. 주역의 건괘는 하늘, 절대적 태양을 상징하는데, 하늘은 강한 자를 좋아합니다. 강한 자에게만 운이 오고 또 그런 사람이 역사를 바꿀 수 있죠.”

주역의 신비는 동양사상이 그렇듯이 모든 걸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고 순환, 변화로 보는 데 있다. 그는 그 변화의 축, 운명을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동양사상에서 말하는 운명도 그렇게 바꿀 수 있다.

그는 중학교 시절, 길거리 사주를 본 뒤 깊이 빠져 성철스님을 직접 찾아가 절에 머물기도 했다. 사주명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고 싶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하고 숭산 스님으로부터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국내 1호 쇼핑몰 ‘인터파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아이러브스쿨’기술 이사,‘애드온게임’의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학습 프로그램 회사인 ‘스터디코드’를 운영하고 있는 그의 이력은 점술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그는 컴퓨터공학이 사주의 신비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말장난과 데이터 오류를 제거한 뒤 논리적 프레임을 갖게 됐다. 그런 부풀린 것들을 제거하고 나서도 사주는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 얘기를 남이 해주는 것을 듣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객관적으로 새롭게 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인간에 대한 이해도 넓어지게 되죠.”

고 씨는 그런 의미에서 책에 사주와 주역의 원리와 풀이방법을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상세하게 적어 놓았다.

/meelee@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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