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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14초가 지나니…평평했던 강판이 어느새 ‘루프레일’로...현대하이스코 울산 경량화 공장 가보니
-현대하이스코 울산 본사 경량화공장 르포

-핫스탬핑ㆍ하이드로포밍ㆍTWB 등 차량경량화 기술 이미 세계 최고 수준

-‘온니원’ 기술 바탕으로 신사업 발굴 추진…2020년까지 2조2000억원 매출 목표



[헤럴드경제=박수진(울산) 기자] 지난 11일 현대하이스코 울산 본사 경량화공장. 건물에 들어서자 ‘쿵’하는 소리가 기자를 맞았다. 소리는 현대자동차 i30에 장착될 ‘루프레일’을 제작 중인 핫스탬핑(hot stamping) 3호기에서 들려왔다. 섭씨 900도의 뜨거운 가열대 속에서 막 달궈져 마치 용암을 머금은 듯 시뻘개진 강판이 금형대로 옮겨지자 800t 무게의 프레스가 ‘쿵’ 소리를 내며 그 위로 떨어졌다. 무게 때문인지 10여m 떨어진 곳에 서있는데도 진동이 느껴졌다.

프레스는 14초 동안 강판을 짖누르고 있었다. ‘치이익~’ 소리와 함께 열기가 새어나왔다. 프레스가 육중한 몸을 떼어내자 평평했던 강판이 어느새 루프레일 모양으로 변해있었다. 바로 옆 작업대로 이동해 레이저로 절단 작업을 마치자 완벽한 자동차 루프레일이 탄생했다. 평평한 강판이 루프레일로 변신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14초다. 이 14초가 제품의 운명을 결정 짓는다.

핫스탬핑 기술의 핵심은 강판의 성형과 냉각이 동시에 이뤄진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800t 무게의 프레스 내부에는 냉각수가 흐르는 금형이 탑재돼있다. 뜨거운 열에 달궈져 말랑말랑해진 강판이 800t 무게의 프레스 덕에 순식간에 금형 대로 모양이 만들어지는 것. 여기에 금형 내부에 흐르는 냉각수는 강판을 단단하게 만든다. 철을 달군 후 차가운 물로 식히는 담금질 원리를 이용한 기술이다. 

핫스탬핑 가열대.JPG= 섭씨 900도의 가열대에서 달궈진 가판(왼쪽)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열이 끝나면 주황색 로봇(가운데)이 오른쪽 프레스금형대로 옮겨 성형 및 냉각작업을 진행한다.

이 기술로 제품의 강도는 3배 더 단단해지고 반대로 무게는 기존 제품보다 25% 가벼워진다. 단단해지면서도 가벼워지는 이 ‘14초의 기적’은 세계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경량화’ 과제를 풀어낼 주요 기술 중 하나다.

현대하이스코는 지난 2006년 국내 최초로 핫스탬핑 기술 개발에 돌입해 2009년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현재 제네시스, 아반떼, 산타페 등 현대차 대부분의 주력 모델에는 하이스코의 핫스탬핑 기술이 적용된 루프레일, 센터필라 등 평균 13~14개 부품이 탑재된다. 2002년 개발한 TWB(Tailor Welded Blanksㆍ서로 다른 재질 및 두께의 강판을 재단한 뒤 레이저로 용접) 공법과 2005년 개발한 하이드로포밍(Hydro-Formingㆍ강관을 원하는 형상으로 성형 후 금형에 고정해 강관 내부에 초고압의 액체를 밀어넣어 가공) 공법과 함께 현대하이스코 경량화 사업을 대표하는 핵심 기술이다. 

핫스탬핑 프레스.JPG=800t 무게의 프레스가 강판을 누르면 프레스(가운데 흰색 네모난 틀 내부) 내에 탑재된 금형 대로 성형 작업이 이뤄진다. 금형 안에 흐르는 냉각수 덕분에 강판은 더욱 단단해진다.

김동학 현대하이스코 경량화연구팀 책임연구원은 “핫스탬핑 공법은 자동차 무게를 가볍게 해 연비 개선 효과를 강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부품의 강도를 높여 차량 충돌 및 전복 사고가 발생해도 탑승객의 안전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하이스코의 차량 경량화 사업의 미래는 밝다. 일단 현대제철에 냉연 사업을 넘기게 되면서 하이스코 내에서 차량 경량화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스코는 현재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4000억원 수준인 경량화 부품 매출을 2020년까지 2조2000억원대로 늘리겠다는 포부다

이제까지 개발해온 현대하이스코 만이 보유한 ‘온니원(only one)‘ 기술들이 제대로 빛을 볼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자동차 경량화 기술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것도 좋은 조짐이다. 

<사진설명> 핫스탬핑 루프레일.JPG=가열-성형 및 냉각-절단 공정을 모두 마친 루프레일 제품들이 오른쪽 적치대에 차례차례 쌓여있다. <사진=현대하이스코>

현대하이스코는 경량화 부품 생산량을 늘리고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경량화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 발굴도 추진 중이다.

김윤규 현대하이스코 경량화연구팀장은 “핫스탬핑 시장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2018년까지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하이스코는 국내 최초로 핫스탬핑 기술 개발을 시작한 만큼 시장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핫스탬핑이 현대하이스코 경량화 기술의 주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박수진 기자/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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