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는 현재 세계 랭킹 4위에 오르며 조용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 무엇보다 대회 성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기에 더 단단하고 강해보인다. 작년에 LPGA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올해는 더욱 많이 세계 무대를 누비고 다녔다. 경험은 그 어떤 것보다 큰 배움을 준다. 이제 막 프로 데뷔했지만, 세계무대의 경험은 충분하다. 플레이하는 모습이나 본인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 태도에서 1년 사이에 굉장히 많이 성숙해진 것이 느껴진다.
작년 리디아 고와 플레이를 했던 박세리(36ㆍKDB금융)는 리디아 고를 보며 “자기 플레이를 할 줄 아는 선수”라며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1등을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지 않은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프로 데뷔 무대였던 LPGA CME타이틀홀더스 대회에서 리디아 고는 이렇게 말했다. “보기는 일반적으로 나올 수 있다. 다만 더블보기나 트리플 보기는 스코어에 도움이 안되니 그것을 주의해야 한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보기를 하면 그 실수를 만회하고자 안달하고, 욕심이 많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심리다. 하지만 리디아는 보기에 대해 관대하다. 그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런 포스를 가지고 있는 리디아는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을 명확히 알고 있는 16살이다. 본인의 가장 우선순위는 골프이며, 본인을 지원해주는 팀과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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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에서 보는 프로 골퍼의 세계는 아름답고 화려하게 비쳐질지 모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실로 약육강식의 사회다. 이기는 자가 살아남고, 이기는 자는 외롭다. 아마추어나 신인이 프로 대회에서 잘 치면 그 선수를 좋게 봐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질투하고 끌어내리려고 하는 사람들도 뒤에 서 있다. 리디아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게다가 프로가 됐기 때문에 아마추어 때 봐주던 관대함은 더 사라질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들의 수많은 충고와 조언이 오히려 리디아고를 힘들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상황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바로 대회 성적이다. 리디아는 지금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우승을 하고 나서도 우쭐하지도 않고, 덤덤하게 웃는 모습이 좋은 느낌을 준다. 이미 재능은 검증됐다. 좋은 프로가 되고 싶다는 짤막한 대답을 스스로의 약속으로 삼아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