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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흥국 ‘테이퍼링 쇼크’ 재연 우려…정정불안ㆍ펀더멘털약화 이중고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세로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동남아시아 신흥국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내 출구전략을 시사한 지난 5월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트라우마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정정 불안이 심화된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들은 ‘버냉키 쇼크’가 할퀴고 간 상처가 미처 아물기도 전 테이퍼링의 2차 역습에 휩쓸릴까 경계하고 있다.

▶‘의회 해산’ 泰, 엔低ㆍ경상적자 발목=정국 불안ㆍ경상적자ㆍ엔저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태국 경제는 테이퍼링에 가장 취약한 신흥국 중 하나로 꼽힌다.


태국에선 한 달 이상 계속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끝에 9일 잉락 친나왓 총리가 의회 해산이란 초강수를 두며 정치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2월 2일 조기 총선이 실시되더라도 농민ㆍ노동자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친나왓 총리가 재신임될 공산이 커 향후 정국 혼란은 불가피하다.

이같은 정쟁으로 이달 들어 태국에서 유출된 글로벌 펀드자금은 5억8700만달러에 달한다. 지난달에도 15억달러나 빠져나갔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는 앞서 태국 정부에 정치 불안이 장기화되면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통보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엔저 등 대외여건 변화로 제조업 수출이 부진에 빠지며 경상수지가 크게 악화되고 있다. 올 3분기까지 누적 경상적자액은 61억달러로 전년동기(34억달러)보다 2배 가량 불어났다. 무디스는 “내년 태국의 경상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1.5%, 재정적자는 GDP의 3%대로 유지될 것”이라며 쌍둥이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경제 성장 속도도 둔화되고 있다. 전년동기 대비 실질 GDP 성장률은 1분기 5.4%에서 3분기 2.7%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결국 태국 정부는 올해 성장 전망치를 3.7%에서 3%로 낮췄다.


▶내년 총선 印, 인플레 우려=테이퍼링발(發) 신흥국 위기설의 진앙지였던 인도에선 주식과 환율이 다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9월 이후 13%나 상승한 센섹스 지수는 9일 장중 한때 2만1483.74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달러 대비 루피화 가치도 60.84루피로 거래를 마쳐 4개월여만에 최고 수준을 회복했다.

전날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인 인도국민당(BJP)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내년 5월 총선에서 지난 10년 간 인도를 이끌어온 만모한 싱 총리와 집권 여당이 교체되면 정치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경제 불황에도 불구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올 들어 12% 추락한 루피화 가치 때문에 물가가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인도 물가지표인 도매물가지수(WPI) 증가율은 5개월 연속 상승해 10월엔 7%를 기록했다.


반면 경제 성장 속도는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8년 간 8∼9%대를 유지해온 GDP 증가율은 올해 반토막 났다. 실질 GDP 증가율은 4분기 연속 5%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루치르 샤르마 모간스탠리 신흥시장 총괄대표는 9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지난 5년 간 소비자 물가는 연평균 10% 뛰어올랐다”며 “인도는 물가가 올라도 성장은 뒷걸음질 치는 ‘중남미 병’에 걸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印니 루피아 폭락=인도네시아도 테이퍼링의 최대 피해국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5월 버냉키 쇼크 여파에서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달러 대비 루피아의 통화가치는 23%나 추락했으며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증시 벤치마크인 자카르타종합지수도 약 3% 하락했다.

미국 경제매체 배런스는 “경제침체로 수요는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통화가치 하락으로 경상적자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경상수지는 지난해부터 적자행진 중이다. 올 1∼3분기 각각 58억달러, 98억5000만달러, 8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은 GDP의 3.8%로 정부 목표인 3%를 여전히 웃돈다.

이에 3분기 GDP 증가율은 5.62%에 그쳐 2009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저조한 성장세에 비관한 해외 투자자들이 무더기로 빠져나갈 조짐도 엿보인다. 인도네시아 국채 해외 보유액은 11월 말 324조2000억루피아에서 9일 324조루피아로 2주새 2000억루피아나 유출됐다.

스레드니들 인베스트먼트의 더글라스 캐언스 아시아ㆍ신흥국 전문가는 “인도네시아 채권의 32%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며 “테이퍼링 쇼크가 재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신흥국 통화가치 변화 (1월~12월 9일, 단위: %)



통화 변동률(%)

태국 바트 -6.14

인도 루피 -11.92

인도네시아 루피아 -22.72





▷신흥국 증시 변화 (1월~12월 9일, 단위: %)



증시 변동률(%)

태국 SET지수 -2.84

인도 센섹스지수 8.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종합지수 -3.04



[자료=블룸버그]



▷신흥국 경상수지

1분기 2분기 3분기

태국 15억달러 흑자 67억달러 적자 8억8800만달러 적자

인도 181억달러 적자 217억7000만달러 적자 51억5000만달러 적자

인도네시아 58억달러 적자 98억5000만달러 적자 84억달러 적자



[자료=각국중앙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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