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日 · 美 등서 9760점 돌아와…정확한 유출경위 파악 시급
해외 한국문화재 환수 현황은…
2005년 10월 22일 겸재 정선의 그림 21점을 묶은 화첩이 왜관수도원에 도착했다. 정선의 후기 작품들이 80년 만에 고국에 돌아온 것이다 이 그림들은 남부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의 초대 대원장이었던 노르베르트 베버가 1925년 한국 여행 중에 구입해 간 것으로 선교박물관에 소장돼 있다가 왜관수도원 선지훈 신부의 노력으로 영구대여 형식으로 돌아왔다. 독일과 한국에서 두 차례 화마 위기를 겪고 살아남아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반인에게 공개된 ‘겸재정선화첩’은 우리 문화재 환수와 활용의 전범이 될 만하다.

현재 우리나라 문화재는 일본 미국 중국 유럽 등 20여개국에 대략 15만점 이상이 유출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6만6824점(43.7%)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며, 도쿄국립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다. 뒤를 이어 미국이 4만2325점으로 전체 국외 소재 한국문화재 중 27.7%에 이르며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다. 둘을 합치면 70%가 넘는다. 이어 독일 1만727점(7.0%), 중국 8278점(5.4%), 영국 7954점(5.2%), 러시아 4067점(2.7%), 프랑스 2896점(1.9%), 대만 2881점(1.9%), 캐나다 2192점(1.4%), 오스트리아 1511점(1.0%) 순이다. 환수된 문화재 9760점은 일본에서 들어온 게 6322점으로 역시 가장 많다. 이 가운데 정부가 협상을 통해 가져온 게 2933점, 구입한 게 11점, 기증 형식으로 받은 게 2891점이다. 미국은 모두 1300점이 돌아왔으며 기증이 987점, 구입이 150점, 협상을 통해 받은 게 2점이다. 스페인의 경우에는 892점이 모두 기증형식으로 돌아왔으며 독일도 679점 중 657점이 기증으로 돌려받았다. 돌아온 문화재 9760점 가운데 민간의 노력으로 환수된 것도 669점에 달한다. 이 중 일본으로부터 민간이 구입한 게 244점, 기증받은 게 243점으로 487점이나 된다. 미국은 160점을 민간의 노력으로 찾았으며, 독일도 민간의 협상을 통해 21점을 돌려받았다.

현재 해외에 흩어져 있는 15만점의 문화재는 사실 정확한 실태 파악이 이뤄져 있지 않다. 유출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게 절반이상이다. 어느 기관, 개인이 어떤 문화재를 갖고 있는지 유출된 문화재의 정확한 숫자와 유출 경위를 아는 게 먼저다. 이들 상당수는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의 문화재와 섞여 있거나 수장고에 갇혀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외국에 있는 문화재를 몽땅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은 맞지 않다. 안휘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약탈이나 절도, 불법적으로 나간 경우는 절대 환수 대상이지만 외교 통상과 우호적 관계하에서 유출된 문화재는 환수대상으로 보기보다는 현 소장처에서 올바로 소개하고 활용되도록 지혜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문화재 환수에 대한 정부의 기본원칙 수립은 절실하다. 불법으로 취득한 문화재는 나라나 시대를 불문하고 일체 용납해선 안된다는 게 일반론이다. 서산 부석사 불상도 그런 측면에서 약탈 문화재임을 증명하는 게 우선 과제다.

환수한 문화재를 활용하는 것도 환수 노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일반과의 접점을 넓히고 학술적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일본에서 환수한 문화재의 경우 그 목록조차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는 돌려준 곳에 대한 예의이자, 돌아온 문화재를 잘 활용할 때 각국의 문화재 제자리 찾아주기도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