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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발리 합의 환영하나 양자 · 다자 FTA 더 중요
세계무역기구(WTO) 159개 회원국 각료들이 지난 주말 ‘발리 패키지’에 합의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합의안은 무역장벽을 낮추고, 농업 분야 개도국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세계 무역질서는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대세지만 한국처럼 대외교역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WTO와 같은 다자간 무역체제 역시 중요하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는데다 미국 중국 등 거대 교역국과의 통상 마찰에는 양자보다 한결 수월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로 다자체제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이 일단 증명됐다.

실제 지난 2000년 중국과의 이른바 ‘마늘분쟁’ 때 WTO의 중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당시 중국산 마늘이 밀려오면서 국내 마늘 재배 농가들이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자 정부는 중국산 마늘의 관세율을 30%에서 많게는 315%까지 올리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했다. 이에 중국은 불과 1주일 뒤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잠정 중단하는 보복에 나섰다. 이런 무역 보복은 국제 규정을 벗어나는 행위지만 그때 중국은 WTO 회원국이 아니어서 달리 제재할 방도가 없었다. 2002년 WTO 가입한 뒤부터 중국의 이 같은 무모한 조치는 사라졌다.

무역 원활화로 무역장벽이 낮아지면 시장의 규모가 커진다는 점도 반가운 일이다. 이번에 합의한 무역원활화협정이 회원국 동의 절차를 거쳐 2015년 발효되면 세계 무역 규모는 장기적으로 1조원가량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우리의 경우 약 300억달러가량 수출 증가 효과가 생기고, 국내총생산(GDP)은 8.74%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경제 영토가 커지면 내수시장이 협소한 우리가 그만큼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하지만 마냥 반가워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번 타결로 WTO 체제에 한층 힘이 실리기는 했지만 분쟁해결과 무역정책 등 규범적 측면에서만 국한될 뿐이다. 실질적인 무역자유화 수준을 높이는 데는 양자 간, 또는 다자간 무역자유화가 더 유효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미국이 이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지역 내 무역협정과 양자 간 FTA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협상력을 더 높여야 한다. 농업 분야의 개방 취약 부문의 실질적 경쟁력 제고 방안도 충분한지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의료 법률 등 서비스 분야도 마찬가지다. 세계 무역질서의 변화 흐름은 한 번 놓치면 다시 따라잡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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