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슈데이터> 현지서 ‘홍대’ 접하고…알음알음 찾아온 일본 · 동남아인 북적북적
홍대입구역 주변 게스트하우스에 가보니…

서울 연남동에 있는 공항철도 홍대입구역 주변은 오피스텔과 원룸이 밀집해 있는 주택가이다. 이 거리를 따라 걷다보면 영어 간판을 달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들이 한 건물 건너 한 곳씩 들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항철도가 지나가면서 ‘홍대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찾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더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홍대 부근에 들어서기 시작한 게스트하우스들이 점차 지역을 넓혀 연남동 일대에서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배낭을 메고 숙소를 찾고 있는 외국 관광객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곳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를 직접 방문했다. 인터넷에서 출력한 지도 한 장을 손에 들고 찾아간 ‘비(B)’ 게스트하우스는 양반집 안채와 사랑채를 이어주는 쪽문 같은 나무 문이 먼저 맞았다. 주변 상가와는 다소 이질적인 느낌을 받으면서도 북촌 한옥마을도 아닌 ‘클럽과 패션의 거리’인 홍대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라 더 이목을 끌었다.

게스트하우스를 찾은 때는 겨울이 코앞에 와버린 11월 29일 금요일 오후. 투숙객들은 대부분 짐만 남겨두고 방을 비운 상태였다. 주인인 전철호 대표의 안내를 받으며 게스트하우스 여기저기를 둘러볼 수 있었다. 전통 한옥의 편안함과 아늑함을 테마로 했다.

온돌 바닥에 매트리스와 이불이 가지런히 깔려 있는 곳은 1인실, 2인실이다. 침구류 외에 책상 하나가 전부로 단출했다. 4인실, 6인실부터는 기숙사 형태의 2층 침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방 한쪽에는 개인 사물함이 사람 수에 맞춰 구비돼 있었다. 방에서는 잠만 자고, 화장실과 샤워실은 분리돼 있고 공용이다. 두 명이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통로는 혹 맞은편에서 누군가 다가오면 눈인사라도 건네야 될 것 같았다. 복도 끝 자투리 공간에는 손뜨개 소품을 전시해 놓고 판매도 하고 있었다. 부수입 거리를 찾다 한국적인 기념품을 제작했다는 설명이다.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투숙객의 70~80%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화장대를 따로 마련한 파우더룸은 이곳만의 차별화된 아이템이라고 한다.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코지, 마이홍대, 꿈꾸는 고래, 비(B), 미스터킴즈프렌스 게스트하우스.

최근에 태국의 미술작가 8명이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주최측에서 호텔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이들은 굳이 홍대를 찾아 이곳에서 닷새를 머물렀다. 전 대표는 “태국 작가들은 K-팝(Pop)을 즐겨 듣고 한국 친구들을 통해 홍대 얘기를 많이 듣고 직접 경험해보려 이곳에 머물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투숙객들이 주로 모이는 시간인 일요일 오전에 이곳을 다시 찾았다.

마침 아침을 먹고 있던 독일인 토마스(35) 씨는 경제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중 잠시 휴식차 한국을 찾았다. 그는 “대학원에서 알았던 한국 친구들을 만나 등산을 다녀왔다”며 “아시아 지역에 관심이 많은데 이번에 한국에 왔다. 하루 정도 더 있다가 부산, 제주도도 가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옆에서 같이 식사를 하던 일본인 슌스케(30) 씨는 “웹 디자인 프리랜서인데, 주말을 이용해 한국을 자주 다녀간다”며 “호텔 대신 싼 곳을 찾다 보니 게스트하우스를 애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엔저로 인한 해외여행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프리랜서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쓰면 돌아다닐 수가 없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들은 이날 아침 처음 만났지만, 둘 다 서투른 영어로 간단한 대화를 이어갔다. 슌스케 씨는 6인실, 토마스 씨는 1인실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타국에서 다른 국적의 사람을 만날 목적으로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동ㆍ서양의 문화적 차이가 없을 수 없다는 게 전 대표의 설명이다.

전 대표는 “주로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 온 이들이 대부분이고 이 중 일본인이 절반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온 이들은 한 달에 1~2명꼴로 비율이 낮은 편이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을 것 같지만, 중국인들은 경기도 파주 등 교외에 위치한 싼 모텔에 단체로 숙박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게스트하우스가 서울시내에만 300여개가 넘는다. 최근에는 ‘24게스트하우스’ ‘김치 게스트하우스’ 등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며 서울에만 10개 이상의 지점을 운영하는 곳도 생겨났다.

강남 일대 게스트하우스는 유럽풍 전원주택 같은 외관에 내부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깔끔하지만 가격대가 10만원대로 비싸 이용자들에게 부담스러운 곳이 많다.

서울 계동의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는 한식으로 아침을 먹을 수 있고 김치 담그기, 한복 입기, 전통 국악기 등 한국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다. 명동은 지리적으로 쇼핑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들이 주로 찾고, 이태원은 한국 문화보다도 자국에서의 익숙함을 느끼고 싶어 하는 이들이 찾는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