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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히 ‘개밥’이라 부르지 말라…반려동물 식품에 부는 고급화 바람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맞벌이를 하는 주부 정모(32ㆍ여)씨는 최근 15만원 상당의 식품건조기를 구입했다. 가족이라고는 남편 뿐인 2인 가구여서 먹거리를 많이 장만할 필요는 없지만, 반려견에게 줄 수제 육포를 만드는데 식품건조기가 유용할 것 같아서다. 정씨는 “닭가슴살을 저며 건조기로 말린 것을 간식으로 줬더니 강아지가 엄청 잘 먹더라”며 “내 손으로 만든 간식이어서 안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람이 먹어도 되는, 심지어 사람이 먹기에도 아까운 고급 원료들이 반려동물들의 입으로 들어가고 있다.

입맛이 고급이 된 반려견, 반려묘들은 일반 사료는 먹지 않는다. 닭가슴살, 오리고기, 고구마 등 유기농 원료가 들어간 유기농 사료를 주로 먹는다.

유기농 사료는 일반 사료보다 가격이 5배 가량 비싸다. 2㎏ 분량이 4만원을 넘는 수준이다. 성묘 1마리가 1달에 1~1.5㎏ 분량의 사료를 먹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2개월여 정도면 4만~6만원 선의 사료가 소요된다. 쌀 20㎏ 분량의 가격과 맞먹는 셈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애견족 혹은 애묘족에게는 이 같은 사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온라인몰 옥션에서는 지난달 유기농 사료 판매량이 전달에 비해 165%나 올랐다.

G마켓에서도 지난달 한 달 동안 ‘네츄럴코어’ ‘뉴트리나’ 등의 브랜드의 프리미엄 사료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23% 증가했다. 고양이 프리미엄 사료 판매량은 35%나 늘었다.

반려동물의 상태에 따라 ‘털에 윤기가 나도록 해주는 사료’나 ‘장 건강에 좋아 변 냄새를 줄여주는 사료’ 등 기능성 사료를 먹기도 한다. 글루코사민이 첨가된 기능성 사료는 반려견의 관절 건강에 도움을 주고, 과체중 반려묘의 체중 관리를 위해서 곡물 첨가 비중을 줄인 저칼로리 사료를 쓰는 식이다. 아토피나 알레르기 등 피부 질환 발생을 줄여주는 사료도 있다.

간식도 공장에서 찍어낸 간식은 먹지 않는다. 쇠고기를 말린 육포나 갓 구워낸 과자 등 사람 손으로 직접 만든 ‘수제간식’이 대세다. 옥션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반려견 간식 매출은 전년에 비해 10% 가량 늘었는데, 수제간식 매출만 보면 65%가 신장했다. G마켓에서는 같은 기간 고양이 수제간식과 영양제 판매가 42%, 반려견 수제간식 판매량은 11% 늘었다.

고양이를 기르는 한모(34)씨는 “일반 간식을 구매했더니 봉투 안에서 이상한 실 같은 것이 나오는 등 위생 상태가 영 못미더웠다”라며 “그 이후로 수제간식만 고집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간식도 기능성을 갖춘 것들이 인기다. 민감성 피부 개선에 효과가 있는 송어, 훈제연어 캔 등이 대표적이다. 고양이들이 영양간식으로 즐겨먹는 캔류는 개당 3000~5000원 정도로, 사람이 먹는 참치캔보다 비싸다. 가다랑어, 게맛살, 새우 등 반려묘들의 입맛에 맞게 다양하게 분화해, 그 종류가 사람이 먹는 캔류에 버금갈 정도다.

반려동물 식품이 갈수록 고급스러워지는 것은 반려동물을 가족과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그에 대한 처우(?)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인 가구 증가, 저출산과 고령화 등의 인구 변화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이 많아진 계기로 분석된다. 반려동물 인구는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최근 반려견 용품보다 반려묘 용품의 성장세가 높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고양이가 스스로 위생 관리를 깔끔하게 하고, 독립심이 강해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덜 타는 등의 특성 때문에 반려동물로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G마켓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아끼며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사료시장에도 웰빙 바람이 불어 점차 고급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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