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 등 세계적 기업들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일삼았던 ‘특허괴물’에 제동이 걸렸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은 미국 하원에서 특허괴물 규제법안인 ‘혁신법’(Innovation Act)이 찬성 325표, 반대 91표로 통과됐다고 5일(현지시간) 전했다.

특허괴물이란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사들인 특허로만 돈을 버는 기업으로,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마구잡이식’ 소송을 제기해 전자ㆍ정보기술(IT) 기업들의 기업활동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특허괴물을 제재할 뚜렷한 방안이 없어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이에 특허괴물도 급증, 특허전문 조사기관 페이턴트프리덤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특허 침해 소송은 매년 24% 늘어 8월 초 현재 올해는 3466건이나 발생했다.

혁신법은 특허 소송 절차 규제를 대폭 강화해 특허괴물의 활동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에 따르면 앞으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할 때 원고는 어떤 특허가 침해됐으며 그 특허는 어떻게 사용됐는지 구체적 증거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특허괴물이 특허를 “소유할 뿐 실제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현재는 피고의 특허 침해 사실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해도 소송 제기가 가능해 특허괴물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또 특허 소송을 당한 뒤 승소한 기업들은 원고로부터 소송 비용을 전부 받아낼 수 있도록 했다. 특허괴물 업체가 승소 가능성이 낮더라도 무차별 소송을 벌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외에 ▷특허 소유자 지명 ▷법원의 소장 적법성 검토 이전 피고의 답변서 제출 금지 ▷최종소비자 보호 등의 조항이 삽입됐다.

법안을 처음 발의한 공화당의 밥 굿라테 하원 법사위원회 의장은 “단기 수익을 노리고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특허 침해 소송을 거는 특허괴물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며 “미국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해왔던 소송 남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대한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밝혔다. IT 업계도 혁신법에 대해 지지하고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법안의 하원 통과 소식 직후 성명을 통해 “특허 소송을 막기위한 개혁 시행에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전했다. 애플, 구글, 시스코시스템즈 등도 지지행렬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