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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연법 시행 1년…영세 업주들 “취지는 좋은데…매출 줄까봐 막막”
[헤럴드경제=김기훈ㆍ민상식 기자] “금연법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죠. 한때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어요.”

서울 중구 명동에서 1ㆍ2층 도합 530m² 대형 호프점을 운영하는 윤형준(가명ㆍ41) 씨는 “금연법 시행 초기 업종을 바꿔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타격이 컸다”고 말했다.

윤 씨의 호프점은 점심엔 커피를 팔고 저녁에는 맥주를 주로 파는 식으로 운영돼왔다. 금연법 시행 이전까지 이 가게의 경쟁력은 직장인이 많은 명동에서 자유롭게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커피맛이나 인테리어로는 커피 전문점을 앞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8일 금연법이 시행된 뒤 손님이 뚝 끊겼다. 궁여지책 끝에 윤 씨는 1층과 2층이 격리된 구조를 이용해 보건복지부 문의를 거쳐, 1층은 비흡연실로 2층은 흡연실로 운영하게 됐다.

그는 “담배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결국 나도 담배를 끊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윤 씨가 금연법의 취지에 반발하는 것은 아니다. “명동의 경우 화이트칼라가 많아서인지 손님들도 빨리 수긍을 했다”며 “현재 매출이 금연법 시행 전보다 20% 정도 줄긴 했지만 경기침체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윤 씨는 다만 “무슨 정책이든 간에 찬반 양쪽을 두루 살피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친 정책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강남의 한 음식점에 붙은 ‘흡연가능’ 표시판. 금연법이 시행되며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가게는 이제 ‘흡연가능'이 하나의 마케팅이 되기도 한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강남역 인근 한 고깃집 종업원은 “담배 규제 이후 매출이 30% 떨어졌다. 손님이 왔다가도 담배 못 피운다고 하면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손사래를 쳤다.

최근 한국담배소비자협회(KSA)가 음식점주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9.3%가 실내 흡연 규제로 인해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매출 감소 폭은 평균 17.6%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현재 규제 대상이 아닌 150㎡(약 45평) 이하 소형 음식점 업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금연법이 내년에는 100㎡ 이상 업소를 기준으로 확대 적용되고, 2015년부터는 면적에 관계없이 모든 업소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소규모 업소는 흡연실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흡연실을 설치하면 손님을 받을 수 있는 면적도 줄어 이중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명동에서 작은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하는 박창훈(가명ㆍ37) 씨는 “우리도 담배 연기 안 맡으면서 일하면 좋다. 취지는 좋은데 당장 손님이 줄어들까 걱정”이라며 “영세 상인에 대한 지원이나 정책 배려가 아쉽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사업주가 매장에서의 흡연 여부를 직접 선택하고 이를 사업장 입구에 표기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일명 ‘선택적 금연법’ 발의를 앞두고 있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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