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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 ‘의심의 귀신(疑心暗鬼)’ 만드는 정부
4일 여야의 ‘특검 없는 특위’ 합의를 전후해 두 가지 대형 뉴스가 TV와 인터넷을 도배했다.

첫째는 북한의 권력서열 2인자로 알려진 장성택의 실각설이며, 두번째는 행정관 조 모씨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에 휩싸인 채모군의 인적사항을 불법열람토록 해 전달받은 사실을 청와대가 확인한 것이다.

국정원 개혁특위 설치에 여야가 합의한 바로 그날, 국정원은 하필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의 입을 통해 요란하게 ‘장성택 실각설’을 전했다. 보통 국정원 관련 정보는 여야 간사가 합의해 함께 발표하는 게 관례다. 최초 발표한 야당 간사는 그 동안 국정원 개혁에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이지만, 이날만큼은 한눈에 봐도 국정원의 덕분에 으쓱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야당이 여당과의 4자회담에서 청와대를 겨눈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의 칼끝을 내려놓자 또 ‘오비이락(烏批梨落)’ 상황이 벌어졌다. 5일 청와대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아들로 의심받고 있는 채 모 군의 인적사항 불법열람 사실을 인정했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사실무근’이라면서 펄쩍 뛰던 청와대다. 누가 봐도 뭔가 있어 보이는데,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청와대와 무관한 친분관계에 따른 개인적 일탈”이라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까마귀가 날면서 배나무에서 배가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까마귀가 날 때마다 배가 떨어진다면, 배를 떨어뜨리기 위해 까마귀가 날아오른게 아닌 지 의심해야 한다. 여야가 국정원 댓글 국정조사에 합의한 직후 국정원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다. 오비이락이 너무 잦다.

정부 입장에서 특정 사실을 발표하기에 앞서 효과 극대화를 고려하는 것은 탓할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타이밍’의 바탕에 정파적, 정략적 계산을 깔고 등장한 것이라면 큰일이다. 자꾸 국민들이 의심하게 만들면 대수롭지 않은 일까지 두려워서 불안해하게 된다. ‘의심이 생기면 귀신도 생기는 법(疑心暗鬼)’이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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