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이 사실상 확정됐다. 새누리당은 법조·공안·대북 문제 전문가를 ‘방패’로 내세웠고,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 강경파들을 ‘창잡이’로 전진배치했다. 대접전이 불가피해보인다. 민주당 몫인 위원장에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에 걸쳐 2차례 대표를 역임한 5선의 정세균 의원이 내정됐다.
5일 새누리당은 국회 정보위 간사인 조원진 의원을 특위 간사에 배치하고, 위원에 권성동, 김재원, 이철우, 김도읍, 송영근, 조명철 의원을 내정했다.
조원진 의원은 이번 특위 설치 자체에 대해 반대한 강경파다.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에서 30여년간 일했던 인물로 “국정원이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돼지만,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졌다. 1994년 탈북한 학자 출신인 조명철 의원은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온 엘리트이자, 북한에서도 고위층 부모를 둔 특권층 출신이다. 권성동, 김재원, 김도읍 의원은 공안 검사 경력이 있다. 송영근 의원도 기무사령관을 역임한 정보통이다.
정세균 의원을 위원장에 내정한 민주당은 문병호 의원에게 특위 간사를 맡겼다. 나머지 위원 인선은 고심을 거듭하며 진행 중이다. 정 의원은 대표적 ‘합리적 온건파’로 분류돼왔지만 최근 “대선불복으로 비쳐질까 두려워 말라”고 말할 정도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서만큼은 단호하다. 야당 간사를 맡은 문 의원은 지난 8월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에서도 간사로도 활동했고, 민변 출신으로 법에도 밝다.
특위 인선권한을 가진 전병헌 원내대표는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와 문 의원으로부터 15~20명 가량의 의원들을 추천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 부대표는 “재선 이상급 위주로 합리적 의원들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진성준, 진선미, 박범계, 전해철 의원을 추천했다.
특위 위원 윤곽이 들어나면서 양측의 샅바싸움도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민주당 측은 벌써부터 여당 간사 조원진 의원과 이철우 의원을 거부할 움직임이다. 문병호 민주당 간사도 “여당 위원 구성에 대한 문제 제기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교섭단체 몫으로 남은 1석이 안철수 의원측에 돌아갈지도 관심거리다. 안 의원측 관계자는 “연락이 온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 측은 율사 출신인 송호창 의원을 내세우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한편 국회는 5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안을 의결한다. 개혁특위는 국회 정보위의 상설 상임위화, 정보위원의 비밀유지의무 강화·기밀누설행위 처벌강화 및 비밀열람권 보장, 국정원 예산통제권 강화, 공무원의 정치관여 행위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연장, 공무원의 부당한 정치관여 행위에 대한 직무집행 거부권 보장 등의 내용을 연내 입법 또는 처리한다. 또 국가기관 정치개입 금지 실효성 확보에 필요한 사항, 국정원의 대테러 대응능력 및 해외·대북정보능력 관련 사항은 내년 2월 말까지 특위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최정호ㆍ홍석희ㆍ이정아 기자/choijh@heraldcorp.com